기축통화인 미국달러의 ‘수량과 가격’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모임은 1년에 여덟 번 계획돼 있으며 주로 6주마다 열린다. 지난 7월 FOMC로부터 3주가 지난 이달 19일 의사록이 공표됐다. 의사록을 받아든 미국 금융시장은 기대보다 미지근한 표현에 실망했고 이 기조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금융자산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무엇이 시장을 그리 실망시켰는가.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일본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 및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은 정책금리 조정을 통해 통화정책을 집행했다. 일반적으로 정책금리로는 하루 혹은 며칠 단위의 자금에 해당하는 초단기금리가 선택됐으며 이 금리가 통화정책 모임 이후 몇 주 동안 어떤 수준을 유지할 것인지를 발표했는데 정책금리는 ‘제로’(0)보다 큰 수준에서 적절히 오르내렸다.
금융위기 당시, 그리고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많은 나라가 정책금리를 낮출 수 있는 만큼 낮췄는데도 원하는 정책의 효과를 얻을 수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여러 대응책을 마련했는데 이를 통칭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라고 부른다. 전통적 통화정책은 초단기물 금리를 조정하는 데 반해 비전통적 정책은 여타 금리를 조정하거나 통화량을 직접 조절함으로써 이뤄진다. 이번에 금융시장이 FOMC 의사록에서 실망한 대목은 ‘여타 금리’에 관한 부분이다.
현재 FOMC에서 설정한 하루짜리 단기이자율의 목표범위는 0~0.25%이다. 첫 번째 비전통적 정책수단은 이 이자율을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리는 것이다. 일본과 유럽에서 하는 방식으로 미국 금융시장 상황에서 도입의 득보다는 실이 더 크다는 평가 나온다. 두 번째 수단은 ‘선제적 지침’으로 현재의 단기이자율이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알리는 방식이다. 사실 금융시장은 이 부분에서 명확한 지침을 기대했지만 의사록에는 목표범위의 경로를 ‘일정 시점에(at some point)’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만 언급해 조금 더 이른 시점을 기대했던 시장이 실망한 것이다. 선제적 지침이 단기이자율의 미래 경로에 관한 소통이라면 세 번째 수단인 수익률곡선관리(YCC)는 오늘의 장기금리 목표치를 직접 공표하는 방식이다. FOMC 참가자 대부분은 선제적 지침에 대한 미국 채권시장의 신뢰가 매우 높고 장기금리가 이미 낮아 수익률곡선관리 정책의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 정책이 도입되면 연준의 보유자산이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등 비용을 언급하면서도 향후 상황이 현저히 악화할 경우 재평가할 수 있는 옵션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했는데, 이러한 비용편익분석은 정부의 적자국채 발행과 한국은행의 국채매입이 논의되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시선은 오는 27일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와 더불어 발표하는 성장률 전망치가 얼마나 내려갈지에 쏠려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날 저녁부터는 이틀간 열리는 ‘잭슨홀 미팅’, 그중에서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개막연설에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에 시작했던 ‘통화정책 리뷰’를 마무리하며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대한 큰 틀에서의 언급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침 올해 잭슨홀 미팅의 제목도 ‘다가올 10년, 통화정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물론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이지는 않는다. 모임은 온라인으로 이뤄지며 이전과 달리 대중도 참관할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