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알고 보니 '전월세 동결법' 위헌 소지 있다

정부와 여당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면서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한 반면 집주인의 전월세인상권은 임의조항으로 둬 논란을 키우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임대차법 해설서’에서 “임차인이 (임대인의) 증액 청구에 반드시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꼭 5%를 증액해줘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개정안에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기존의 5% 이내에서 증액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임차인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강제조항은 없다. 반면 세입자의 2년 계약갱신 청구에 대해서는 집주인이 거부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임대차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당정은 “입법 사고는 아니었다”고 강조하지만 소위원회 심사, 축조심사, 찬반토론 등 절차를 무시하고 법안 상정부터 시행까지 48시간 만에 졸속으로 밀어붙인 결과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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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가 임대료 인상을 거부하면 집주인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활용하거나 민사소송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조정위의 조정은 강제력이 없고 많은 시간이 걸리는 민사소송의 결과도 장담할 수 없으므로 집주인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전셋값 인상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집주인은 4년 후 세입자를 바꿀 때 임대료를 최대한 올려받으려 할 것이다. 이렇게 전개돼 물량은 줄어들고 전세금마저 급등하면 세입자의 고충만 커질 게 뻔하다.

다수의 헌법학자는 “정부 해설서대로 임대인의 전월세 5% 이내 인상까지 무력화한다면 헌법 제23조의 사유재산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게 돼 위헌 소지가 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분명히 인정한 반면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를 차단하는 것은 공공복리에 따른 제한범위를 넘어선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해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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