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법안은 숙려 기간 없이 상임위원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했다.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야당은 정부의 잘못과 별개로 의료인들이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26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한 자리에서 코로나19 재확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국회법 59조는 법안 숙려 기간을 최소 20일(소관 상임위 15일+법제사법위원회 5일)로 규정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신속 처리하기로 예외를 둔 것이다. 지난 회동에서 합의한 국회 코로나19 대응팀은 양당 원내수석부대표·수석부총장, 국회 사무총장 등 5인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안건도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으며 양당 원내수석부대표 간 진행되고 있는 4개 특위 구성안도 가급적 빨리 짜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야는 총 12인으로 이뤄진 윤리특위를 구성한다. 박 의장이 요청했던 △코로나19 극복 경제특위 △균형발전특위 △에너지특위 △저출산대책특위에 대한 후속 논의도 서두를 예정이다.
정기국회는 다음달 1일 개회식을 갖기로 했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애국가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1절만 부르고, 4층 본회의장 방청석은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 국회 직원들이 방청하는 것 역시 국회 방송으로 대체하고, 취재진도 풀단을 운영해 출입인원을 최소화하기로 여야는 합의했다. 국회의원과 국무위원들은 본회의에 참석한다. 법률이 정하는 국가 회의는 50인 제한 규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당국의 유권해석에 따른 판단이다.
여야는 이날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해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박 의장은 회동 모두발언에서 “국민들은 최절정기에 있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의료진이 현장을 떠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의료인들은 코로나19 방역 현장과 응급실로 즉각 복귀하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의료진 집단행동에 대해 양당 원내대표 역시 ‘의장의 현장 복귀 촉구 발언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냈다. 양당이 뜻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고 한민수 국회의장 공보수석은 전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는 한결같이 의료인력 부족을 호소하는데 의료인이 집단휴진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비상시국에 의료계가 다른 의도로 집단행동을 강행하면 국민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통합당 역시 정부가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 등을 성급하게 추진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들이 의료 종사자들”이라며 “정부와 의사협회가 한 발짝 서로 양보해 코로나19 사태 극복에 전력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열정적으로 코로나19 극복에 노력해줘야 하고, 국민들도 정부가 제시하는 여러 준칙을 준수해야만 우리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며 “정부는 힘과 의지만 갖고 정책이 관철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라. 그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