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세입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전월세를 한 푼도 올릴 수 없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국토부가 근거로 내건 ‘차임증감청구권’이 사실상 사문화 된 조항이라는 점이다. 법조계에서는 차임증감청구권이 인정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계약갱신 시 차임증액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협의를 통해 기존 차임의 5%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되,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임대인은 법 제7조에 따른 통상적인 차임증감청구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임차주택에 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 증감이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해 적절하지 아니함을 들어 증액 청구를 할 수 있다”며 “분쟁조정 절차 등을 통해 그 요건이 충족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증액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차임증감청구권은 임대차법에 명시돼 있다. 개정안을 보면 청구할 수 있는 차임 증감범위는 기존 임대료의 5% 이내다. 또 청구권을 쓸 수 있는 기간으로 “계약이나 보증금 증액이 있은 후 1년 이내에는 하지 못한다”는 기간 규정이 추가됐다. 규정에 따르면 계약 후 4년 차에 접어들기 전까지 1년에 한 번씩 5%를 인상하면 이론상 세 번, 최대 15% 이상의 임대료 상승을 요구할 수 있다. 또 ‘조세’와 ‘공과금’도 청구할 수 있는 사례로 적시돼 있어 매년 상승하는 보유세 부담을 임대료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법조계는 이에 대해 어떻게 볼까. 차임증액청구권이 인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광석 로티스 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형성권은 주장을 하면 곧장 권리가 된다는 의미인데 차임증액청구권이 형성권이라는 점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형성권을 주장하는 게 맞느냐 아니냐, 어느 정도가 적정한 액수이냐는 법원의 판단을 거쳐 정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대료를 올리자는 요구를 임차인이 거부하면 결국 법원으로 가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도 임대차 기간 중 당사자 한쪽이 차임을 변경하고자 할 때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차임 증액청구의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 변호사는 “협의가 안 되면 법정에 가야 하는데 소송 비용과 재판에 걸리는 시간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런 문제 때문에 차임증감청구는 상가나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사문화됐다”고 말했다. 법원에서 인정해주는 증감 범위도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수호 르네상스 대표 변호사는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환경 변화도 인정받지 못한 판례가 있을 정도로 법원은 차임 증감 사유를 좁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가 바뀌면서 임차인들과 임대인들의 권리가 충돌하는 상황이 늘면서 차임증감청구권 외에 법적 분쟁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