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회유책 선택한 이동걸 회장 "1조원 인수대금 할인"…파격적 혜택 제안

아시아나M&A 재개 위해정몽규 회장과 26일 회동

"모든 가능성 열어놔"…딜 지속 책임 HDC에 넘겨

인수대금 1조5,000억원, 영구채 추가 발행·대출도 검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모습. /연합뉴스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모습. /연합뉴스




정몽규 HDC 회장정몽규 HDC 회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정몽규 HDC(012630)그룹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합병(M&A) 작업을 놓고 이번에는 회유책을 선택했다. 이 회장은 직전까지도 “딜 무산 시 모든 책임은 HDC에 있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이번 회동에서는 정 회장에게 인수대금 1조원 할인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이 정상화되기까지 필요한 자금 3조원의 절반 수준을 산은이 담당하는 것으로 이 회장이 사실상 기존에 고수했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며 HDC현대산업개발(294870)에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 딜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 회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놨다며 HDC에게 딜의 지속 책임을 넘기는 듯한 발언을 하며 새로운 입장을 드러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지난 26일 서울 모처에서 1시간 가량의 만남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M&A에 대한 논의를 재개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던 만남과는 달리 이번 회동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미래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며 “HDC의 수용 여부에 따라 딜의 향방이 결정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정 회장에게 재협의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는 최근 정 회장이 채권단과 금호산업(002990) 측에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HDC현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이유로 계약 당시보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이 악화했다며 인수작업을 중단했다. HDC현산 측은 지난해 말 계약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2조8,000억원 증가했으며 차입금과 당기순손실도 급증했다며 12주의 재실사를 요구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인수대금 외에도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HDC현산은 정부의 1조7,000억원 지원에 이어 추가적인 자금지원과 보증 등을 요구했다.

그동안 채권단은 12주간의 실사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은 이날 회동을 통해 이보다 한 발 물러난 모습을 보이며 HDC현산의 인수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쪽으로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산은은 HDC현산에 구주 인수와 유상증자 대금을 합한 인수대금을 1조5,000억원으로 제시했다. 당초 HDC현산은 지난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30.77%)를 3,228억원에 인수하고 2조1,772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2조5,000억원을 인수대금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HDC현산은 2,500억원의 계약금을 지불하고 유상증자를 포함해 회사채·자산담보부대출(ABL) 발행 등 약 1조7,600억원을 조달했다.


HDC현산은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황이 크게 악화됐고, 계약 당시 내걸었던 조건이 현 상황보다 고평가됐다고 판단해 인수조건을 재검토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인수대금을 1조원 깎아주고 이에 더해 1조5,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담당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은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에 추가적으로 자금을 지원할 경우 특혜 의혹에 휩싸일 수 있다. 산은이 자금지원 대신 공동투자를 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에 자금이 유입됨과 동시에 HDC현산의 인수부담이 줄어드는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산은은 HDC현산에 연말까지 자금을 상환하라고 했던 계획을 보류하고 1조5,000억원의 자금을 영구채 인수, 대출 등의 방안으로 조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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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회장은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영구채(8,000억원)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겠다는 입장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이 정상화됐을 때 추가로 영구채를 매입하는 방안 등도 함께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보유 중인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HDC현산의 경영 상 제약이 될 수도 있어서다.

이 회장이 정 회장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은 재선임 가능성이 크지만 다음달 10일 임기만료를 앞둔 만큼 아시아나항공 문제만큼은 매듭지어야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으로 아시아나항공 M&A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HDC현산이 주장하는 재실사가 어느 정도 수용될지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HDC현산은 자금부담 등으로 인수작업을 보류했다”며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대한 자신감으로 판을 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은 측은 “M&A 종결을 위해 HDC현산과 인수조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했다”며 “HDC현산 측의 답변을 기다릴 것이며 이후 일정은 그 내용에 따라 매각 주체와 협의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동은 산은이 지난 20일 HDC현산에 최고경영진 간 면담을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당시 산은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이 회장과 정 회장의 면담을 진행해 아시아나항공 M&A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해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위원회가 예정돼 있는 점도 이번 회동이 이뤄진 배경으로 거론된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산의 인수가 무산될 경우 기안기금을 신청할 계획이다.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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