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남북협력 속도전 한발 물러선 통일부...대북접촉 절차 간소화 보류

통일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 입법 예고

"동반자이며 반국가단체 이중적 지위 고려"

지자체, 교류협력 주체 포함...통관신고 완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열린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의 면담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열린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의 면담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통일부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27일 입법 예고하면서 논란이 됐던 북한 주민 접촉신고 대상 축소 규정을 보류해 관심을 끌었다.

이는 북한의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경계망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한 부담이 큰 탓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쟁점이 된 접촉신고 대상 축소 등 규정 개정 유보에 대해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인 동시에 ‘반국가단체’라는 이중적 지위에 있는 이상 아직은 이를 제도적으로 균형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공청회) 의견을 고려해 수용했다”며 “향후 남북관계 진전 등 상황 변화를 보며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1월 입법계획을 수립한 이후 2~4월에는 정책고객 및 전문가 의견 수렴을 마쳤다. 지난 5월에는 초안을 마련해 온라인 공청회를 열었고, 6월부터는 관계부처 의견조회 및 각종 영향평가 등 절차를 밟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다./연합뉴스북한이 지난달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다./연합뉴스


이 당국자는 이어 “북한의 지위가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 특수적 관계라는 기본 정신이 있는 만큼 민족 내부거래라는 측면도 있지만, 헌법 3조에 따라 반국가단체라는 측면도 있다”며 “통일부가 교류협력법의 주부처로서 일부 우려되는 사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통일부는 개정안에 방북 승인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로 ‘방문할 경우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이 침해될 위험이 큰 사람’, ‘보안관찰처분을 받고 그 기간에 있으면서 보안관찰법 제22조에 따라 경고를 받은 사람’ 등도 명시했다.



북한 지역에서 남측 법령을 위반한 행위로 남북 교류협력을 해친 경우 1년 이상 3년 이하의 기간 동안 방북 승인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 조정 명령으로 중단되는 경우 기업을 지원할 근거 조항도 신설됐다. 이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폐쇄로 피해를 본 기업인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1998년 아산 정주영 회장의 통일소를 실은 트럭이 판문점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1998년 아산 정주영 회장의 통일소를 실은 트럭이 판문점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통일부는 남북 교류협력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 대북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기존 교류협력법에는 협력사업의 주체를 ‘법인·단체를 포함하는 남북 주민’에 국한했지만 개정안은 지자체도 협력사업 주체로 포함했다. 통일부는 또 남북교류협력 토대도 탄탄하게 다졌다. 그간 모호했던 경제·사회문화·인도 분야별 협력사업 규정을 구체화하고, 북한지역 사무소 설치 승인에 대한 근거도 마련했다. 통일부는 ‘민족 내부 거래’의 특수성을 고려해 통일부의 반·출입 승인을 받은 물품은 통관 시 신고 의무나 제재도 완화할 방침이다.

통일부는 대북 물품 반·출입 승인을 한 시점과 통관이 이뤄지는 시점에서 발생하는 간극 문제 때문에 제도 완화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즉, 대북 사업자 입장에서 통관 때 관세법에 따라 별도 신고를 해야 하는데 관세청에서 신고한 내용이 실제와 다르면 관세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관세법 핵심은 세금 문제인데 민족 내부 거래로서 남북 간 오고 가는 것은 영세법이라 세금이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다”며 “협력의 경미한 사안까지 관세법을 적용하는 데 관세청이 어려움을 호소해 통일부에 해당 사안의 이첩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통일부가 교류협력법에 따라 이를 규제해달라는 관세청의 요구를 수용했다”며 “핵심적인 것은 남북·민족 간 교류라는 것을 감안해 경미한 위반 사항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이인영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통일부는 입법예고 기간인 10월 6일까지 여론을 수렴해 개정안을 확정하고,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연내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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