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위기 속에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기업이 있다. 자신의 비즈니스 영역에서 각자의 비기(秘器)로 우뚝 선 ‘히든 챔피언’이 바로 그런 기업이다.
이런 히든 챔피언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뛰어난 기술력은 첫손에 꼽힌다. 이들은 내수를 넘어 해외에서 승부를 본다는 각오로 품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가령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한국콜마는 전 직원의 30%가 연구원이다. 여기에 연간 매출 5~6%를 연구·개발(R&D)에 쓴다.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두루 갖춘 콘덴싱 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경동나비엔, 안마 의자 종주국 일본을 따돌린 바디프랜드, 소형가전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주방용기업체 락앤락, 기술혁신으로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급격히 확장하고 있는 카페24 등이 모두 그렇다. 기술력으로 자웅을 겨루기에 저렴한 가격이 아닌 품질로 경쟁자를 따돌린다. 자연스레 특허 출원도 많고 R&D 비중도 높을 수밖에 없다.
히든 챔피언은 또 철저한 고객 중심 경영이 몸에 밴 곳들이다. 이는 고객 민원에 대한 신속한 대응에서부터 시장 수요를 미리 간파하고 부응하는 사업 전략까지 모두 해당된다. 세계 최초로 얼음정수기를 개발한 청호나이스는 위생기능과 살균력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자 관련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이끌고 있다. 종합가전업체로 도약하고 있는 신일전자는 긴 장마에 따른 제습기 특수를 톡톡히 누렸고, 남성화장품 업체 스웨거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남심(男心)을 훔쳤다. ‘마데세라 크림’으로 동남아 공략에 나선 스킨알엑스랩도 현지 기후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인기몰이다.
히든 챔피언의 경쟁력은 모두 직원으로부터 나온다. 기술력도, 고객 중심 경영도 결국 사람이다. 이는 기업 차원의 직원에 대한 투자로 연결된다. 든든한 복지와 재교육 시스템으로 직원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다는 의미다.
이번에 본지가 선정한 ‘대한민국 히든 챔피언’은 새로운 유통 환경과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참신한 아이디어를 경영에 접목한 시도가 돋보였다. 혁신 성장의 필수 덕목인 ‘기업가 정신’을 통해 도전에 나서고 성취를 이뤄낸 기업들이다. 재계의 한 임원은 “히든 챔피언은 혁신 성장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기업으로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세계 시장에서 일정한 지배력을 갖추고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현재 위치에 안주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인재를 중시하고 육성하는 문화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히든챔피언은 단순히 새 기술을 넘어 다른 기업이 따라 할 수 없는 대체 불가한 기술 확보를 향해 노력하는 기업들”이라며 “현재의 성과를 머물지 않고 세계 시장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히든챔피언이 언젠가 한국 경제를 이끌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