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노무현 지지' 30대 가장이 쓴 '시무7조 상소문'…공개되자마자 동의 '20만' 목전

/연합뉴스/연합뉴스



은폐 논란의 중심에 섰던 조선시대의 ‘상소문’ 형식을 빌어 문재인 대통령에 직언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청원이 공개 전환 후 빠르게 동의 인원이 늘면서 청와대가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 기준인 20만 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으로 지난 12일 올라온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청원은 19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지금의 동의인 증가 속도라면 이날 중으로 20만 동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해당 청원은 청와대의 사전검토 절차를 거쳤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권에 불편한 내용이라 청와대가 일부러 숨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글은 본인을 ‘조은산’이라고 밝힌 청원인이 조선 시대 상소문 형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보낸 것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직면한 현재의 상황을 짚으면서 시작한다.

청원인은 “백성들의 삶이 이러할 진데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국회에 모여들어 탁상공론을 거듭하며 말장난을 일삼고 실정의 책임을 폐위된 선황에게 떠밀며 실패한 정책을 그보다 더한 우책으로 덮어 백성들을 우롱하니 그 꼴이 가히 점입가경“이라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어느 대신은 집값이 11억이 오른 곳도 허다하거늘 현 시세 11프로가 올랐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으며 어느 대신은 수도 한양이 천박하니 세종으로 천도를 해야 한다는 해괴한 말로 백성들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고 본직이 법무부장관인지 국토부장관인지 아직도 감을 못 잡은 어느 대신은 전월세 시세를 자신이 정하겠다며 여기저기 널뛰기를 하고 칼춤을 추어 미천한 백성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사온데 과연 이 나라를 일으켜 세우려는 자들은 일터에 나앉은 백성들이옵니까 아니오면 궁궐과 의회에 모여 앉은 대신들이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또한 글쓴이는 ‘시무 7조’ 중 세금 문제를 가장 먼저 언급하면서 “부유한 것이 죄는 아니거늘 소득의 절반을 빼앗고 부자의 자식이 부자가 되면 안 되니 다시 빼앗고 기업을 운영하니 재벌이라 가두어 빼앗고 다주택자는 적폐이니 집값 안정을 위해 빼앗고 일주택자는 그냥 두기 아쉬우니 공시가를 올려 빼앗고 임대사업자는 토사구팽하여 법을 소급해 빼앗고 한평생 고을 지킨 노인은 고가 주택에 기거한다 하여 빼앗으니”라며 “조세는 나라의 권한이고 납세는 백성의 책무이나 세율은 민심의 척도이옵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시무 2조는 감성보다 이성을 중히 여긴 정책을 해야 한다고 전하면서 ”비정규직철폐니 경제민주화니 소득주도성장이니 최저임금인상이니 세상물정 모르는 것들의 뜬구름 잡는 소리로 기업의 손과 발을 묶어 결국 54조의 혈세를 쏟아붓는 것은 감성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뒤 ”이성이 감성을 앞서면 암탉에게 좋은 먹이를 내어 살을 찌우고 크고 신선한 달걀을 연신 받아내어 백성 모두가 닭 한마리씩을 먹을 수 있는 것과 같사옵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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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신하를 가려쓰시옵소서“, ”헌법의 가치를 지키옵소서“, ”스스로 먼저 일신하시옵소서“ 등을 시무 7조의 내용을 담았다.

덧붙여 청원인은 ”부디 일신하시어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비로소 끝내주시옵고 백성의 일기 안에 상생하시며 역사의 기록 안에 영생하시옵소서“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자신을 ‘진인(塵人) 조은산’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노무현을 지지했던 평범한 30대 후반의 가장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는 27일 조은산이라는 필명의 네티즌과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청원인은 “큰 업적을 이룬 사람도, 많이 배운 사람도 아니고 그저 세상 밑바닥에서 밥벌이에 몰두하는 애 아빠일 뿐”이라며 “언론에 자신을 알리려니 손이 떨린다”고 이 매체에 전했다.

보도 내용을 보면 조선시대를 연상케 했던 말투와 남다른 필력 탓에 네티즌들 사이에선 해당 청원인이 중년의 소설가나 시인 중 한명이 아니겠냐는 추측이 난무했지만 실제 그는 중년도 아닌 인천에 사는 30대 후반의 평범한 가장이었다. 어린 두 자녀를 둔 아빠로 실명은 공개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해서는 “글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은 박봉의 월급쟁이”라고 소개하면서 스스로를 진인, 즉 먼지 같은 사람이라고 한 이유에 대해 “일용직 공사장을 전전했던 총각 시절, 현장에 가득한 먼지와 매연이 내 처지와 닮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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