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주식을 장기 보유하고 있던 A씨는 올해 6월 일부 차익실현을 했다. 그런데 이달 초 국세청으로부터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라는 통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 말 기준 LG화학 보유금액이 10억원 미만으로 양도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지난해 아들이 LG화학에 투자한 금액까지 합쳐 부자(父子)의 보유금액이 10억원을 넘었고 둘 다 졸지에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가 됐다. 더 큰 문제는 올해 말이다. 12월 말 기준으로 직계존비속과 배우자가 한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내년 4월부터 차익실현 시 20%가 넘는 양도세를 내야 한다. 앞으로도 LG화학의 전망을 좋게 보고 있는 A씨는 세금을 줄이려고 매매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공매도 금지 연장 결정이 내려진 후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은 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세법상 대주주 기준 변경으로 옮겨갔다.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이 올해 말부터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현재는 국내 상장주식에 투자해서 번 돈에 대해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지 않지만 세법상 대주주가 되면 22~27.5%(지방세 포함)를 내야 한다. 올해 말 종목당 3억원의 주식을 갖고 있으면 내년 4월 매매분부터는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내야 한다. 게다가 대주주 요건 기준 금액은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포함한 금액이다.
벌써부터 ‘큰손’ 개인투자자들은 양도세 절세 때문에 고민이 크다. 정부에서는 별다른 입장이 없는데 정치권과 금융투자 업계를 중심으로 기준이 변경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점도 의사결정을 못하는 요인이다. 특히 이달 들어 예상하지 못한 상반기 주식 양도세 통지서를 받아든 큰손 개미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회사에서 스톡옵션을 통해 받은 주식이 올해 급등한 경우도 많아 한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해 ‘대주주’가 되는 사례가 많다.
진재만 신한금융투자 세무사는 “그동안 대주주 기준 금액이 높았을 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가 침체였기 때문에 대상자가 많지 않았다”며 “올 들어 주가가 많이 오른데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직접투자가 급증한 상황에서 배우자와 자녀뿐만 아니라 손자들 주식까지 합산해 3억원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혼선이 크다”고 말했다. 김지연 NH투자증권 세무전문위원도 “10억원이 유지될지 3억원으로 낮아질지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에 우선 한번 팔아서 매수단가를 높이고 다시 사는 방안을 고민하는 투자자들도 많다”고 전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는 예정대로 대주주 범위를 확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법 개정을 통해 상장사 대주주 기준을 25억원에서 2018년 4월 15억원, 2020년 4월 10억원으로 낮췄으며 이 기준은 별도의 시행령 개정이 없는 한 내년 4월 3억원으로 낮아진다.
그러나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이로 인한 시장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 연말만 되면 개인들의 양도세 회피매물로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아지는 기준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12월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5조원 가까운 개인들의 매물 폭탄이 쏟아졌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3억원으로 낮아지면 역대급 매물이 쏟아지고 이는 해당 투자자뿐만 아니라 전체 국내 주식투자자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며 “어차피 2023년부터 양도세 전면과세가 시행되는 만큼 그때까지는 기존 10억원 기준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