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취업준비생 A씨는 국내 주식 투자로 아침을 시작해 미국 주식 투자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과외·아르바이트를 하며 번 돈으로 삼성전자·셀트리온 등에 투자했다가 쏠쏠한 재미를 본 그는 최근 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주식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A씨를 주식으로 이끈 사람은 주식 투자로 200억원을 번 재테크 유튜버였다. A씨에게 영감을 준 유튜버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한 상장사 주식을 5% 넘게 보유해 공시까지 하며 유명해진 인물이다. A씨는 “유튜브를 보면서 더 일찍 주식을 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며 “지금 취업준비생 신분이라 신용대출을 활용할 수 없어 마음껏 투자할 수 없다는 점이 큰 제약”이라고 말했다.
#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졌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어 막막했던 4년차 직장인 B씨는 최근 가입한 부동산 정보 단체카톡방에 올라온 아이디어를 보고 무릎을 쳤다. 무주택자에 소득요건까지 맞는다면 정책상품인 보금자리론과 은행 신용대출을 이용해 투자자금을 마련해보라는 내용이었다. B씨는 그날로 매입할 수 있는 아파트 후보군을 추리는 한편 실현 가능한 자금조달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는 “아파트 가격은 폭등하는데 월급만 모아서는 평생 집을 가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저축한 돈에 보금자리론·신용대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까지 하면 혼자서도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 매입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과거 ’욜로’ ‘짠테크’로 대변됐던 젊은층의 재테크 판도가 바뀌고 있다. 기성세대에 비해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이들은 카카오톡·P2P(개인간거래) 등을 통해 기성세대와 다른 투자 방법도 거침없이 택한다. 저성장·저금리 장기화 기조에 지금을 다시 오지 않을 투자기회로 보고 이른바 ‘막차’를 타려는 20·30대의 재테크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주식·부동산 등 재테크 시장의 세대교체가 앞당겨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젊은층의 재테크 수요에 시공간 제약이나 금액에 대한 부담 없이 일상에서 직접 금융투자를 할 수 있는 서비스도 늘었다.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카드가 지난해 최초로 선보인 ‘해외주식 소수점 매매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신한카드를 쓸 때마다 생기는 자투리 금액으로 애플·아마존·테슬라 등 해외 주식을 0.01주 단위로 쪼개서 매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 막 주식 투자에 눈을 뜬 20·30세대의 해외 투자 문턱을 낮춘 것이다.
이 서비스는 지난해 9월 출시된 후 4개월 만에 18만명이 넘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데 올 들어 ‘동학개미운동’과 함께 주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이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올 1월 말 각각 28만2,000명, 7억5,300만원이었던 이 서비스의 투자자 수와 투자금(누적 기준)은 지난 7월 말 119만2,000명, 31억8,000만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이 사들인 해외 주식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7월에는 한 달 동안에만 투자자 29만명, 투자액은 8억원 가까이 늘었다.
한국투자증권도 최근 별도의 환전 없이 1,000원 단위로 해외 주식을 주문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미니스탁’을 출시했다. 소수점으로 환산하면 여섯번째 자리까지 나눠 매수할 수 있어 투자 부담을 더욱 낮췄다는 평가다. 직장생활 2년차인 C 씨는 “이런 서비스가 아니었으면 2,000달러를 돌파한 테슬라 주식을 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재테크를 하고 싶지만 ‘총알’은 부족한 젊은 세대에게도 투자 기회가 생기다 보니 주변에서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미 쌓아놓은 자산이 많은 고령층이 주고객이었던 프라이빗뱅킹(PB)센터도 ‘공격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PB는 “자산을 지키고 절세하는 방법에 관심이 많았던 기존 5060세대 고객에 비해 최근 3040세대 고객들의 주된 관심은 공격적인 자산 증식”이라며 “PB와의 밀접한 관계 형성보다 수익과 실리를 중시하고 PB가 추천해주는 상품보다 본인이 가진 금융 정보를 기반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것도 젊은 고객층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주로 관심을 보이는 투자처로는 △미국 기술주 펀드 △주식 직접투자 △기업공개(IPO) △소규모 빌딩 투자 등이 꼽혔다.
20·30대의 재테크 열풍은 수익이 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이어졌다. 젊은층은 금 시장에서도 활약했다. 올해 들어 금값이 30% 넘게 폭등하자 한국거래소 금 시장에서 금에 투자한 20·30대 비율은 절반을 넘어섰다. 3월 말 기준 최소 1g 단위로 금 현물을 매매할 수 있는 한국거래소 시장의 20대 투자자는 18%, 30대 투자자는 38%로 집계됐다.
“저성장·초저금리 장기화…다시 오지 않을 기회”
저축 깨고 마통 개설 등 신용대출로 ‘공격 투자’
“집값 버블 꺼지고 주식 폭락장 올땐 나락” 우려도
기존 투자 방식이 아닌 색다른 방식으로 투자하는 젊은층도 많다. 기성세대처럼 자산이 많지 않은 만큼 ‘푼돈’으로 ‘목돈’을 만드는 식의 투자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이런 심리를 겨냥해 인기를 끈 것이 바로 카카오페이의 ‘동전모으기’ ‘알모으기’다. 이달 초까지 카카오페이에서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은 170만명으로 이 중 2030세대가 60%를 차지했다. 이들은 카카오페이로 온오프라인에서 결제한 후 1,000원 미만의 동전이 자동으로 펀드에 투자되는 동전모으기와 카카오페이 결제 리워드로 받는 ‘알’ 포인트를 자동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알모으기를 다른 연령대에 비해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20대 고객의 81%, 30대 고객의 75.3%가 동전모으기·알 모으기로 펀드에 투자했다.
부동산·주식을 넘어 그림에 투자하는 젊은층도 있다. 다수의 참여자가 미술작품을 공동구매해 소유권을 나눠 가진 뒤 렌털·매각 등으로 이익을 취하는 그림 P2P가 대표적이다. 그림 P2P를 운영하는 아트투게더 측은 “이용자의 66%가 2030세대”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인 이우환의 작품에 펀딩을 진행해 20% 넘는 수익을 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2030세대의 이 같은 공격 투자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젊은층은 기성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축적된 자산이 많지 않아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경우가 최근 들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은행이나 제2금융권·P2P 등에서 신용대출을 받아 자금을 마련한 후 임대사업에 투자하는 사례도 공유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젊은층의 부동산 패닉바잉, 주식 빚투 등의 현상이 나타난 것은 초저금리 기조에 투자할 곳이 점점 사라지면서 젊은층이 무리를 하면서까지 뛰어들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라며 “부동산 버블이 터지거나 3월처럼 주식 폭락장이 올 경우 무리해서 투자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영·빈난새·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