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끝으로 공화당 전당대회가 막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2020 공화당 전당대회는 개최 방식, 장소, 초청 인사 등 시작 전부터 온갖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마지막 날에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무시한 채 1,500명 이상의 지지자를 초대해 보건 전문가와 현지 언론을 경악하게 했다.
━ 백악관에서 후보 수락연설..."해치법 저촉 소지" |
지난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애리조나주 유마를 방문한 자리에서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백악관 잔디밭인 사우스론에서 하겠다고 밝혔다. 경호가 쉽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과 현지 언론은 ‘해치법’ 저촉 소지가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해치법은 미국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근무 시간 중 정치적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한다. 연방정부 건물인 백악관에서 선거 유세를 위해 벌인 연설이 불법 행위가 될 수 있는 근거다. 이 같은 이유로 대선에 출마했던 대통령들은 통상적으로 상대 후보와의 접전을 벌이는 격전 주(州)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그곳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백악관을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대규모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수십 개의 성조기로 가득 찬 무대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의 뒤로는 백악관 건물이 웅장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연설이 끝난 후 ‘트럼프(Trump)’, ‘2020’이라는 문구를 하늘에 새기며 진행된 불꽃놀이는 마치 미국 최대 국경일인 독립기념일의 불꽃놀이를 연상케 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그(트럼프 대통령)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가 고수해왔던 모든 기본 규칙과 원리들을 휘두르고 있다”며 “그는 백악관을 소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새 얼굴은 없었다...트럼프의 '원맨쇼' |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전당대회 첫째 날 무대에 깜짝 등장했다. 그는 당원들이 “4년 더”를 외치며 환호하자 “정말 그들(민주당)을 미치게 하고 싶다면 ‘12년 더’라고 말하라”며 한술 더 떠 호응을 유도했다. 대선후보는 전대에서 공식 지명된 뒤 피날레를 장식하는 수락연설을 통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는 게 통상적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첫날부터 현장을 직접 찾아 스스로 전대의 중심에 세웠다. 이를 두고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대에서 모든 쇼맨 본능을 발휘해 현 상태로는 대체로 패배가 예상되는 대선 흐름을 바꾸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원맨쇼’는 결국 위기의식에서 나온 조급한 행위였다는 의미다.
━ 흑인에 총겨눈 백인 부부 등장..."백인 표심 의식" |
인종차별 항의시위를 벌이는 시위대에 총을 겨눴다가 기소된 백인 부부가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 출연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4일 영상을 통해 공화당 전당대회에 등장한 마크 맥클로스키(61)와 그의 아내 패트리샤(63)는 “여러분이 우리 집에서 본 통제 불능의 군중 가운데 단 한 명도 범죄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기소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마크는 “여러분은 우리가 물러설 부류의 사람이 아니란 걸 알 것”이라며 “감사하게도 트럼프 대통령 또한 그렇다”고 밝혔다. 또한 부부는 민주당이 집권하면 지난 5월 이후 발생한 시위와 같은 혼돈이 잦아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를 두고 현지 언론은 전통적으로 통합이 강조됐던 전당대회에 흑백 분열의 상징적 인물이 나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재선 캠프 입장에선 백인 보수층의 표심을 의식한 노골적인 연사 섭외라고 분석했다.
━ '노마스크'에 다닥다닥 모여..."방역지침 무시" |
보건 전문가들 역시 날이 선 비판을 이어갔다. 애시시 자 미국 하버드대 글로벌보건연구소(GHI) 소장은 “물론 야외 행사이긴 하지만 이들은 마스크 없이 오랫동안 함께 있다”며 “완전히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에릭 파이글딩 하버드대 전염병학자 겸 보건경제학자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정치 행사인가? 대규모 감염위험 집회인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