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을 딛고 2·4분기에 분기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올 상반기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증시의 주역으로 떠오른 개인 투자자의 투자 열기와 증시 반등이 실적 개선의 동력으로 꼽힌다. 온라인 금융상품권, 해외 주식 거래 전용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미니스탁’ 출시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 강화를 통해 하반기에도 개인 투자자들이 이끌 증시 호황의 수혜가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2·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증가한 3,636억원, 당기순이익은 56.2% 늘어난 2,958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분기 기준 역대 최고다. 호실적의 주요 동력으로는 주식 거래 증가에 따른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증가, 파생상품 및 해외펀드의 평가손실 회복,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대체투자 등을 중심으로 한 투자은행(IB) 부문 성과가 꼽힌다. 주력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의 호실적에 힘입어 한국금융지주(071050)의 2·4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한국투자증권을 중심으로 한 2·4분기 호실적 및 하반기 실적 기대는 한국금융지주의 주가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금융지주 주가는 지난 28일 6만 2,300원으로 마감해 이달 들어 27.93%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7월 한 달간 9.44% 오른 데 이어 8월 월간 상승률은 코스피가 2,600선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2018년 1월의 26.67%를 넘어선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급증하면서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코스피가 1,400선까지 하락했던 3월의 급락장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한국금융지주를 비롯한 증권주 주가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일 장 중 2,270.85로 3.8%까지 하락폭을 키웠던 코스피는 28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강화 발표에도 0.4% 오른 2,353.80으로 마감해 이달 들어 4.64% 상승률을 기록했다.
플랫폼·식품·물류 등 언택트(비대면) 생활 확산의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게 이어지면서 증시 거래대금이 역대 최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추세는 한국투자증권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의 근거로 꼽힌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주식발행(ECM) 등 전통형 IB사업이 하반기에도 대형 딜 위주로 수익이 증가해 투자형 IB 부진을 일정 부분 상쇄하고 2·4분기에 다소 부진했던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도 3·4분기에는 서서히 회복하면서 이연 수수료 인식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8월 증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30조원을 넘어서고 있어 위탁매매 관련 수익도 계속 양호한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증시에 유입되고 있는 개인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디지털 금융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소액으로도 쉽게 해외 주요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모바일 앱 미니스탁을 출시했다. 별도의 환전 없이 1,000원 단위로 해외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7월부터는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리서치 서비스 ‘에어(AIR)’를 선보이고 있다.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이 직접 분석한 10만 건 이상의 뉴스 데이터 학습을 통해 개발된 에어는 매일 3만여 건의 뉴스 콘텐츠를 분석해 투자 정보를 제공한다. 지난 3월에는 국내 최초로 G마켓·11번가 등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금융상품권도 출시했다. 상품권의 금액만큼 주식, 채권, 펀드 등 각종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증시에 유입되고 있는 개인 투자자의 주축인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