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 동유럽 소국 벨라루스에서 대선 불복 시위가 연일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벨라루스 대선은 합법적으로 치러졌으므로 결과 역시 유효하다고 밝혔다.
29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자국 TV방송채널 로시야1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그것(벨라루스 선거)의 합법성을 이미 인정했다”며 “나는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대통령의 승리를 축하했다”고 말했다.
26년간 장기집권 중인 알렉산드로 대통령이 지난 9일 치러진 대선에서 압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벨라루스 야권과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투표 과정에서의 부정과 개표 조작이 의심된다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평가가 빗발쳤다. 이와 달리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 대선 다음 날인 10일 잠정 개표 결과만 나온 상황에서도 루카셴코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는 전문을 보낸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오히려 벨라루스 대선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국가들이 더욱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그는 벨라루스 정부가 대선에 앞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민주제도인권사무소(ODIHR)를 선거 참관단으로 초청했지만 OSCE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OSCE가) 사전에 미리 벨라루스 대선 결과에 대한 (특정) 입장을 갖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벨라루스 대선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정직하다는 데 의문을 가질 만한 모든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벨라루스에서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압승 결과로 이어진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에 반발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날도 여성 야권 지지자 수천 명이 수도 민스크에서 ‘여성 행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오후 4시부터 손에 꽃을 들고 벨라루스의 독립을 상징하는 백색과 적색으로 구성된 예전 국기를 흔들며 민스크 시내 승리광장에 모여 독립 대로를 따라 거리행진을 벌였다. 경찰은 확성기를 통해 참가자들에게 시위가 불법임을 상기시키면서 해산을 지시했으나 체포에 나서지는 않았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이날 시위 참가자가 1만 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한편 대선 이후 신변 안전 때문에 이웃 국가 리투아니아로 도피해 있는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전날 유로뉴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를 벨라루스 정국 위기 해결을 위한 중재국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권과의) 협상에서 국제 중재자가 필요하게 되면 우리는 당연히 러시아를 이 (협상) 과정의 참여자들 가운데 한 나라로 보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우리가 우호적이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벨라루스 야권이 서방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루카셴코 대통령을 몰아내고 친서방 정권을 세울 수 있다는 우려를 한 러시아를 달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