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꽃’ 장희진이 섬세한 결의 연기로 시청자들의 심장을 움직이고 있다.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연출 김철규/ 극본 유정희/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몬스터유니온)에서 연쇄 살인범의 딸로 오랜 시간 괴로움 속에 살아온 도해수(장희진 분)의 처절한 서사가 몰입도를 더하고 있다.
극 중 도해수는 기구한 가족사로 인해 원치 않는 세간의 관심에 시달려왔던 터. 이를 반증하듯 지난 9회에서 김무진(서현우 분)에게 보여준 집은 고통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었다. 낮임에도 불구하고 어두컴컴한 집 안, 누가 사는지 알 수도 없을 만큼 조촐한 세간들에 불면증으로 인한 약봉지만이 도해수가 살아온 시간을 증명 한 것.
자신을 대신해 살인 누명을 뒤집어쓴 도현수(이준기 분)에 대한 미안함으로 살아가던 도해수는 경찰 차지원(문채원 분)의 단순한 취조만으로도 바짝 날을 세웠다. 매정하게 헤어졌던 어릴 적 첫사랑인 기자 김무진이 뉴스에서 도현수를 연쇄살인마 부친이 저지른 사건의 공범인 듯 얘기하자 바로 그를 찾아가 눈물로 진실을 토해내 과거에 발목이 잡혀 살아온 이의 버거운 삶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이에 장희진은 때로는 날카롭게 혹은 곧 부서질 듯 연약한 도해수의 심리를 세심하게 그려내 보는 이들을 깊게 이입케 했다. 무엇보다 어떤 의욕도 보이지 않던 도해수가 동생 도현수가 아버지의 공범으로 몰리는 것을 보자 불물 가리지 않고 행동력을 발휘하는 것까지 그가 어떤 집념으로 살아냈는지 절로 납득시켰다.
그런가 하면 다시 만난 동생에 대한 애틋함을 담아낸 장희진의 열연 역시 빛났다. 생사도 모르고 살던 동생을 만난 순간 터져 나온 오열을 비롯해 아내 차지원, 딸 백은하(정서연 분) 사진을 보는 눈에는 애정이 듬뿍 담겨 있어 동생을 향한 마음을 느껴지게 했다.
뿐만 아니라 동생의 변화를 가장 먼지 감지해낸 도해수의 따뜻한 눈빛도 심금을 울렸다. 아내와 딸을 소개하는 도현수에게 다정한 어투로 “너 변했다”라고 말한 것은 물론 차지원과의 권태기에 고뇌하자 “너한테 정말 소중한 사람이구나. 지원 씨가”라며 동생이 미처 깨닫지 못한 진심을 짚어내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이렇듯 장희진은 굴곡 많았던 외유내강형 캐릭터 도해수를 한 몸처럼 소화해내며 극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도현수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위험도 마다치 않는 도해수의 돌발성이 쫄깃한 긴장감을 더하며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악의 꽃’ 11회는 9월 2일(수) 밤 10시 50분에 방송되며 3일(목)에는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