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인류 최초의 위성인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됐다. 이후 미국은 위성개발에 약진하여 각각의 기능을 지닌 티로스, 제미니, 아폴로 등을 연이어 쏘아 올렸고, 1972년에는 최초 지구자원기술위성인 ERTS-1호를 발사했다. 훗날 랜셋(Landsat)으로 개칭된 이 위성은 전 지구를 30m 해상도의 그리드로 거미줄처럼 샅샅이 관측하면서,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50여 년간의 지구촌 구석구석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랜셋은 인간의 눈으로는 확인되지 않는 적외선 영역까지 관측해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및 식량, 에너지자원 정보를 획득함으로써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필자도 여름이면 항상 랜셋 영상으로 뜨거운 대구의 지표 온도를 추출하여 언론에 제공하였다.
아울러 미국의 여러 민간회사에서는 초정밀 지구관측 위성을 마구 쏘아대고 있다. 1999년 1m로 시작한 IKONOS 영상은 구글어스에서 전 세계 위치정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30cm 해상도의 Geoeye에 이어, 최근에는 ‘뉴 스페이스’라는 기치 아래 일론 머스크의 Space-X가 지구를 눈금 종이로 둘러싸듯 소형 통신위성 3만 개를 발사해 초연결사회를 구현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우리나라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하에 1992년 우리별 위성을 시작으로 현재는 55cm급의 정밀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 3A호까지 발사하여 한반도와 전 지구의 영상을 촬영·제공하고 있다. 우주개발 예산 약 7.7조 원 중 위성개발에만 3조 원이 훌쩍 넘는 국가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활용내용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다목적 실용위성’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국방·안보 이외에는 공공·민간 활용을 위한 위성영상 서비스 제공은 찾아보기 힘들다.
나아가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행정동명, 지번, 도로명, 건물명 등 지도 자료가 없으면 대국민 서비스가 불가능함에도, 국토관리 및 재해재난 업무와 아무 상관 없는 과기부가 위성활용 정책을 손에 쥐고 있어 위성으로 축적한 귀중한 정보는 사실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토자원관리와 재해재난 대응의 임무를 수행할 목적으로 개발된 차세대중형위성 시리즈 중 2021년에 발사 예정인 1·2호는 그야말로 도로의 맨홀 뚜껑까지 식별 가능한 정밀 50cm급 국토위성이다. 그런데 과기부는 터무니없이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를 추진하며, 2023년과 2025년 각각 발사되는 농림위성과 수자원위성까지 직수신해 관련 기관에 영상을 뿌려주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년 역대 최장의 장마로 인한 폭우로 홍수·산사태 피해가 잇따르면서, 필자는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위성개발에 몰두했지만, 정보 활용에는 나 몰라라 하는 부처의 모습에 과연 정부는 국익과 국민안전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