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난소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예방법도 모호하다. 암이 되기 전단계 병변을 발견하기 어려워 발견됐을 때는 이미 암이 많이 진행돼 손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난소암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이유다.
뚜렷한 발생 원인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배란 시 생긴 상처에 외부에서 암의 씨가 들어오거나,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겨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배란횟수는 난소암 발생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연 1회 골반초음파검사를…난소 종양 발견 땐 암 위험 예측 가능
이선주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 예방법으로 피임약 복용을 추천했다. 그는 “피임약을 5년 이상 복용하면 난소암 발생 위험이 50%, 아이를 2명 이상 낳고 피임약을 복용하면 70%까지 줄어든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배란을 억제하는 먹는 피임약을 난소암 예방약으로 승인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피임약은 출혈을 억제해 생리통에도 효과가 있다. 자궁내막을 깎아줘 자궁내막암 예방약이기도 하다. 다만 혈전을 만들 수 있어 흡연 여성은 피임약을 복용해선 안 된다. 이 교수는 “산부인과에서 ‘피임약을 잘 쓰면 명의(名醫)’라는 말이 있다”며 “피임약은 좋은 약이지만 전문의 처방에 따라 복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연 1회 골반초음파검사를 받아볼 것도 권했다. 그는 “골반초음파검사를 통해 난소 종양을 발견하면 암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을 예측할 수 있고, 초기 난소암은 예후가 좋다”며 “병이 생기기 전에 미리 정기검진을 받는 게 가장 좋은 예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유방암 유전자(BRCA1, BRCA2n)에 돌연변이가 있다면 난소·난관절제술을 시행해 상피성 난소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BRCA1 돌연변이가 있으면 35~40세에, BRCA2 돌연변이가 있으면 40~45세에 난소·난관절제술을 하는 게 좋다.
◇젊은 여성, 초기 암이면 가임력 보존 가능…로봇수술, 초기 암에 유용
최근 난소암 로봇수술이 늘고 있다. 병변이 난소나 골반강 내에 국한된 초기 암에 더욱 유용하다. 진행성 난소암은 개복을 해도 힘든 상태인 경우가 많고 로봇수술이 가능한지 아직 임상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진행성 난소암은 복강 내에 퍼져있는 종양들을 다 수술해야 하기 때문에 로봇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생긴다”며 “그래서 퍼져있는 것들을 떼어내는 게 아닌 초기암일 때 로봇수술을 진행한다”고 했다.
로봇수술 때는 우선 복강 내 퍼져있는 부위를 꼼꼼히 확인해 모든 암을 제거하는 데 중점을 둔다. 난소암은 복강에 잘 퍼지는 암이므로 제대로 찾는 게 중요하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지체하지 말고 개복수술로 전환해야 한다.
난소에 국한돼 있는 초기 암의 경우 종양을 몸 밖으로 빼낼 때 터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끄집어내는 게 중요하다. 종양이 터져 내용물이 복강 안에 흐르게 되면 암이 퍼져 암 병기가 오르고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로봇수술은 난소암 뿐만 아니라 여성 생식기에 발생하는 암을 수술할 때도 장점이 있다. 수술 동작이 정교하고 몸 속을 3차원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시야가 뛰어나다. 절개 상처, 출혈, 수술 후 통증이 작고 입원기간이 짧아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난소암 로봇수술은 초기암인 경우 개복수술과 대등한 성적을 보인다. 진행암에 대한 성적은 아직 임상시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자궁내막암에서는 좋은 치료 성적을 보여 이미 표준치료로 자리잡았다.
최근 젊은 여성들의 난소암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수술 후 임신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초기암, 즉 난소암 1기일 때는 가임력보존 수술이 가능하다. 보통 초기암일 때는 반대쪽 난소와 자궁은 남겨두고 한쪽 난소·난관과 그물망, 림프절을 절제한다. 수술 후 항암치료도 하는데 일시적으로 난소 기능이 떨어져 임신이 불가능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난소 기능이 회복돼 임신이 가능해진다. 젊은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비상피성 난소암은 항암치료에 잘 듣기 때문에 대부분 가임력보존 수술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일시적으로 폐경이 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난소 기능이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