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출이 급속도로 팽창하는 와중에 깎아주는 세금은 내년에도 법정 한도를 넘어선다. 사상 처음 3년 연속 초과하는 것으로 매번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계획이 구호에 그치는 셈이다. 정부가 ‘증세’는 없다고 누차 밝히고 있으나 종합부동산세 세수는 불과 2년 만에 2배 가까이 불어나 내년에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세감면액은 지난 2019년 49조6,000억원에서 올해 53조9,000억원, 내년에는 56조8,000억원까지 확대된다. 세입 여건이 어려운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으로 조세지출(국세감면)이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국세수입 총액과 국세감면액을 더해 국세감면액으로 나눈 국세감면율은 같은 기간 13.9%, 15.4%, 15.9%로 3년 연속 법정 한도를 넘어섰다. 국세감면 한도는 직전 3년 국세감면율 평균치에 0.5%포인트를 더한 수준으로 결정된다.
올해의 경우 소규모 개인사업자 부가가치세 감면(6,000억원), 자동차 개별소비세 감면(5,000억원) 지원 영향이 컸다. 내년에도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및 한도 한시 상향(7,000억원), 소규모 개인사업자 부가세 감면(6,000억원), 감염병 재난지역 중소기업 감면(3,000억원) 등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한 세제지원 규모를 1조8,000억원으로 잡았다. 올해와 내년 모두 감면액이 큰 항목은 근로장려금(EITC)이다. 올해 4조6,039억원과 유사한 4조6,113억원에 달한다.
대표적인 ‘부자증세’로 꼽히는 종부세는 2019년 2조6,713억원에서 2020년 3조3,210억원, 오는 2021년 5조1,138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한다. 정부의 세율 인상에다 공시가격 현실화,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까지 더해지며 올해 대비 54% 급증할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정부가 내년 예산을 짜면서 증세에 관련돼서는 전혀 고려가 되어 있지 않다”며 “규모가 큰 증세에 대해서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어야 되기 때문에 별도로 고려해야 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