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2일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간호사들을 위로하자 의사들은 물론 당사자들이 간호사들마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의사와 간호사 편 가르기’라는 글들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SNS 메시지를 통해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하며 그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폭염 당시 의료진이 쓰러졌던 일화를 언급하고는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묵묵히 일하는 간호사들을 격려한 글이지만 의사들에 대한 비판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곧바로 격앙된 반응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글을 올린 SNS 계정에는 “일국의 대통령이 한 발언이 맞는 지 의심스럽다”, “매우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 “국민의 건강을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의사이며, 의사도 국민” 등 주로 비난하는 글들이 1만개 넘게 이어졌다.
의사들과 간호사들 역시 “엄중한 시기에 대통령이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며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권 병원의 한 전공의는 “정부의 무리한 정책추진으로 시작된 집단휴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이런 말을 한 저의가 궁금하다”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땀 흘리는 의사들을 조롱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의사들의 불편한 속내가 여과없이 표출됐다. SNS나 의사커뮤니티에서는 “이간질한다” , “내 편 네 편 부채질 그만하라”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간호사들 역시 불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젊은간호사회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간호사 노고를 알아주심에 감사하다”면서도 “의료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면 현재 있는 의료인력부터 확실히 지켜달라”고 꼬집었다. 이어 “열악한 근무, 가중된 근무환경, 감정노동이 (쌓인 것이지)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라며 “게다가 간호사들의 어려움을 줄이는 방법은 간호대 증원, 지역간호사제가 아니다. 간호협회가 아닌 진짜 간호사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