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기자의 눈] 보이지 않는 뮤지컬협회

송주희 문화레저부 기자




지난달 10일 국내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프로듀서 8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으려 공동 기획한 기부 콘서트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이날 몇몇 프로듀서들은 건전한 공연 제작 생태계 조성, 한시적 공연 티켓 부가세 면제 등을 언급하며 체질 개선 및 정부 지원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 과제는 그동안 시장 발전을 위해 그 필요성이 제기돼왔으나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들이다. 하나의 구심점을 통한 연대보다는 각개전투로 생존해온 국내 뮤지컬 업계의 특성상 머리를 맞댈 ‘판’이 깔리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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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협회는 이런 판을 깔고 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라고 지난 2006년 만든 조직이다. 그러나 협회 활동에 만족하고 기대를 거는 회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번 코로나19 상황만 해도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 연극협회와 관련 단체들은 적극적으로 입장을 발표하며 대(對)정부 의견을 개진했지만 뮤지컬 분야는 협회라는 하나의 창구보다는 개별 플레이어(제작사)의 독자 생존전략이 두드러졌다. 물론 협회가 위기 때 묘안을 건넬 도깨비방망이는 아니다. 그러나 업계 상황을 파악하고 힘 실린 하나의 목소리를 조율하는 일은 필수다. 협회 존재감의 부재 속에 개별 회사들이 알아서 살아남는 구조가 고착화하며 업(業) 발전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앞으로 업계 발전을 위해 협회와도 연계하겠다’던 제작사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이후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정신이 없다. 간담회 자리에서 오갔던 제언의 개진 방향을 물어보면 ‘그건 협회에 물어보시라’는 말만 돌아온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답변이지만 모처럼 한발 나아갔던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씁쓸함이 밀려온다. 혹자는 회비조차 제대로 안 걷히는 협회 현실을 대며 “권한도 안 주고 주문만 해서야 되겠느냐”고 지적하지만 이런 불신을 초래한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곱씹어봐야 한다.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 공연 유료화, 전용 플랫폼 구축 등 새 숙제는 계속 생겨나고 있다. 개별 제작사가 맨땅에 헤딩하듯 대응책을 찾는 지금, 지혜를 모아 효율적인 논의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여전히 없다. 협회의 존재 이유는 여기 있는데 말이다.
ssong@sedaily.com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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