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르포] "애써 키운 배·사과가…" 3차례 태풍이 할퀸 과수농가의 상처

배 주산지 전남 나주, 태풍에 냉해피해까지 겹쳐

나주·영암·신안·장성 등 낙과피해 면적만 1,311㏊

태풍 하이선 강타 영남지역 최악 상황

울산 수확 앞둔 배·단감·사과 80~90% 전멸

채소류 폭등 조짐..배·사과도 최소 30% 오를 전망

제9·10호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영향으로 낙과 피해를 본 전남 나주시 금천면 촌곡리의 배 과수원에 봉지에 쌓인 채로 배가 떨어져 있다. /나주=김선덕기자


“추석에 내다 팔아야 하는디 큰일이라… 태풍이 다 휩쓸고 지나가부럼서 배나무가 성한 게 하나도 없당께”

지난 9일 전남 나주시 금천면 촌곡리에 있는 배 과수원 농장. 나무에 달려 있는 배보다 땅에 떨어져 있는 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다 자란 배는 바닥에 봉지채 쌓여 있었지만 찢겨지고 짓눌러진 상태로 그대로 썩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광희(65)씨는 “작년에는 14만봉지를 쌓았는데 올해는 냉해 피해까지 겹쳐 3만5,000여봉지만 작업했다”며 “이마저도 9호 태풍 마이삭이 지나가면서 40% 정도가 떨어져 나가 속이 상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추석을 앞두고 그나마 남아 있는 배라도 공판장에 내다 팔아야 하는데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품질의 명품 배를 생산하는 신안군 압해지역도 피해가 컸다. 이번 태풍으로 압해배수출단지는 절반 이상이 낙과 피해를 입었다. 주력 시장인 미국 수출은 고사하고 추석 선물용으로 내놓을 물량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 3번의 태풍을 맞은 전남지역은 약 5,000ha의 농경지가 피해를 입었다. 고흥 530ha를 비롯해 나주와 해남이 각각 230ha씩 벼 도복되는 피해가 났다. 배 주산지인 나주와 영암, 사과로 유명한 장성 등 주요 지역에서는 낙과피해 면적이 1,311ha에 달한다. 전남도 관계자는 “태풍에 따른 농작물 피해 조사와 접수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3번의 태풍으로 잠정적인 피해 규모만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하이선이 강타한 영남지역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울산은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몰고 온 강풍으로 수확을 앞 둔 배와 단감, 사과가 거의 다 떨어졌다. 울산시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3일 태풍 마이삭으로 지역 배 과수 농가 786곳 중 전체 587㏊ 면적의 80%인 470㏊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4일 뒤 닥친 하이선으로 인해 87ha가 추가로 낙과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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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단감 농가 457곳도 전체 347㏊ 중 태풍 마이삭으로 98%인 340㏊이 낙과피해를 입었다. 657곳 농가에 24㏊ 규모의 사과 과수원도 83%인 20㏊가 피해를 봤고 하이선으로 1㏊가 추가 피해를 입었다. 태풍 마이삭이 내륙을 관통한 경남도 역시 900㏊가 넘는 면적에서 논·밭 침수, 낙과 피해가 났다. 논밭 235㏊가 물에 잠겼고, 383㏊에서 벼가 쓰러지고 2㏊ 면적에서 사과나무가 넘어졌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수확을 앞둔 사과 과수원 182㏊와 배 과수원 107㏊에 피해가 집중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농사를 망친 농민뿐 아니라 소비자 역시 채소와 과일 등 추석 성수품 가격이 폭등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다. 부산에 사는 윤석민(55)씨는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가게 매출이 뚝 떨어져 사정이 팍팍한데 태풍으로 인해 채소, 과일 등 성수품이 대폭 오를 것으로 보여 근심이 크다”며 “아무래도 이번 추석은 간소하게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물가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부산시는 시·군·구에 명절 물가대책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국세청 등과 함께 물가안정 대책 특별팀을 꾸려 물가안정을 위한 현장점검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현장 물가점검 활동을 펼치고 전통시장 이용 캠페인도 전개할 계획이다.

지자체들의 물가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추석 대표 과일인 배와 사과 가격은 예년에 비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배추·무 채소류 가격도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배는 4만~5만원선에서 시세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무는 현재 개당 4,000원으로 작년 보다 80% 폭등했고 배추도 포기당 1만원으로 올랐다.

광주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한 경매사는 “배 물량은 다음 주부터 경매를 시작해 25일까지 본격적으로 쏟아지겠지만 올해는 태풍과 냉해 피해로 전체 물량이 줄어 최고품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최소 30%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나주·광주=김선덕기자 sdkim@sedaily.com·전국종합

광주시 서구 매월동에 위치한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동에 경매가 끝난 과일상자가 출하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광주=김선덕기자


김선덕 기자
sd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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