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이끄는 내각이 출범할 경우 다음달 중 조기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고노 다로 방위상이 밝혔다. 스가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각오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노 방위상은 9일 미국 싱크탱크가 주최한 온라인 강연회에서 중의원 해산 시기에 대해 “다음주 새 총리가 선출되면 아마 오는 10월 중 중의원 해산과 총선이 실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내년으로 연기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생각하면 중의원 해산, 총선 실시 시기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일본 일각에서는 스가 장관이 총리로 선출될 경우 안정적인 정권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내년 10월까지 임기가 1년여 남은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치를 것이라는 관측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스가 장관은 이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 상황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론은 조기총선에 부정적인 분위기다. 교도통신이 8~9일 전국 유권자 1,0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조기총선 시기에 대해 ‘현 중의원 임기 만료나 그 시점 즈음에 하는 것이 좋다’는 답변이 58.4%를 차지했다. ‘가급적 빨리 해야 한다(13.2%)’거나’ ‘연내 실시(10.1%)’ ‘내년 상반기(14.3%)’를 꼽은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스가 장관은 9일 자민당 청년·여성국이 공동 주최한 첫 공개토론회에서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 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후보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국민) 생명과 재산에 관한 문제인 동시에 국가주권 침해인 만큼 거국적인 해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연락사무소를 평양과 도쿄에 설치해 확실하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흙수저’로 태어나 성공했다는 스가 장관의 미담이 과장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9일 발매된 주간지 슈칸분슌은 ‘스가 요시히데 미담의 이면…집단취직은 가짜였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스가 장관은 빈농이 아닌 부유한 농가에서 자랐다고 지적했다. 슈칸분슌은 스가 장관의 출신지인 아키타현 딸기농업인의 말을 인용해 “스가 장관의 아버지가 판매한 딸기 상자는 도쿄와 간사이 지역까지 팔려나갔다”면서 1980년대 당시 조합의 판매액이 3억7,000만엔(약 40억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또 여성이 대학에 진학하는 사례가 드물었던 시절이었지만 스가 장관의 두 누나는 대학에 들어가 고등학교 교사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스가 장관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로 올라와 종이박스 공장에서 일한 것은 맞지만 이는 집단취업이 아니라 혼자서 취직한 것이었다고 슈칸분슌은 지적했다.
앞서 스가 장관은 2일 기자회견에서 “눈이 많이 내리는 아키타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나 고향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며 “졸업 후 농가를 잇고 싶지 않아 취직하기 위해 도쿄로 왔다”고 자신의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