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새주인 실거주까지 막는 임대차법…마음대로 팔지도 사지도 못하나

등기전 세입자 청구권 행사 땐

매수자 입주 불가능 논란 커져

정부 '2차 해설집' 마련 나서

김현미 "4년 전제로 거래해야"

"실거주로 매수인에 매도하면

'청구권 거절' 추가를" 靑청원도




# 오는 11월 전세 만기에 맞춰 아파트 계약을 진행 중인 A씨. 그는 새로 산 집에 입주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계약금을 입금할 때까지만 해도 나가는 것으로 알았던 현 세입자가 집을 구해 나가겠다는 소식이 전혀 없어서다. 집주인 말만 믿고 서약서 같은 서류화된 증빙서류를 갖추지 못한 게 뒤늦게 생각났다. 이러다 갑자기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겠다”고 돌변하면 A씨는 입주도 못 하고 길에 나앉아야 할 상황이다.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고 그 사이 정부가 해설서까지 냈지만 임대차시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실거주용으로 전세 낀 집을 샀는데 계약갱신청구권 사용과 맞물려 입주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실거주 목적이라면 청구권 사용을 거절할 수 있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면서 급기야 정부는 ‘2차 해설서’를 내놓기로 했다.








◇세입자 말 바꾸면 강제로 ‘갭투자자’ 전락할 판=
11일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두 부처는 새로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관련 해석상 문제가 제기된 부분에 대해 유권해석 협의를 진행해 이달 중 공개할 계획이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실거주를 목적으로 전세 낀 집을 매입했어도 세입자가 계약 완료(등기이전)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경우 매수자의 입주가 불가능해지는 점이다. 계약 전 세입자와 합의했더라도 상황에 따라 인정 여부가 달라지는 등 혼선이 거듭되는 양상이다.


임대차보호법은 집주인이나 직계존속이 실거주할 경우 청구권을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의미하는 집주인은 ‘등기상 집주인’인 탓에 매매계약이 진행 중인 매수인은 청구권 거절이 불가능하다. 계약을 진행 중인 새 집주인이 실거주를 하려 해도 현 세입자가 거절하면 반강제로 ‘갭투자자’가 돼버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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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현재 법으로는 (매수자 입주가) 안 된다”며 “임차인이 살 수 있는 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났다는 것을 전제로 세입자가 있는 집에 매매거래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세입자가 현 집주인에게는 청구권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가 나중에 새 집주인에게 말을 바꾸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일단 합의를 했다면 이후 말을 바꿔도 ‘청구권 포기’가 유효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청구권 포기’ 합의가 가능하다면서도 “제반 사정을 고려해 볼 때 ‘계약 갱신이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경우’ 갱신 거절 사유가 있다”고 전제를 달았다. 세입자가 입장을 바꿔도 이를 인정할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청구권 거절사유 추가해야”…靑 청원 등장=세입자가 말을 바꾸는 것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일방이 합의를 부인한다면 분쟁조정위원회 등 분쟁조정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청구권 포기’ 증빙이 있더라도 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효력이 없다’는 조항 탓에 세입자가 ‘청구권 포기’ 약정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면 세입자 쪽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한 전문가는 “‘새 전셋집이 구해지면 나가겠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약속한 뒤 ‘집이 구해지지 않았다’며 청구권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맘먹고 세입자가 말을 바꾼다면 집주인으로서는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실거주 목적의 매수인에게 매도할 경우’를 청구권 거절 사유로 추가해 혼선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갭투자를 줄이고 실거주용 매매를 권장하는 정부 방침에도 맞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정부는 “등기상 주인이 아니라면 실거주 목적의 청구권 거절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부는 잇단 혼선에 이 같은 상황에 대한 해석을 담은 2차 해설서를 준비 중이지만 현실적 문제를 감안하면 민감한 분쟁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설서가 모든 분쟁의 가능성을 다룰 수 없는데다 추가 보완대책이 계속 쏟아지면서 새로운 분쟁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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