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패닉바잉에 서울 중저가 씨말라...9억 초과도 관악구 93%↑

[7·10 대책 두달...6억이하 아파트 급감]

금천구에선 5억짜리 아파트가

대책 발표 한달새 6억에 거래

구로구는 6억 이하 6% 줄어

"전세 품귀에 이참에 갈아타자"

2030 매수 심리 더 강해질 듯

#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구축 아파트 ‘가산두산위브’는 7·10부동산대책이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실거래가가 6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지난 7월5일 이 단지 전용 59.84㎡가 5억1,800만원에 거래됐는데 불과 한 달 후인 8월14일 같은 평형에 비슷한 층수의 매물이 6억500만원에 거래됐다. 한 달 새 9,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관악구 봉천동의 3,500가구 규모 대단지 ‘관악드림타운’ 전용 114.75㎡도 대책 발표 이전인 7월4일 9억원이 되지 않는 가격(8억9,900만원)에 계약됐다. 그리고 불과 3주가 지난 같은 달 25일 같은 평형대 매물이 10억4,000만원에 손바뀜됐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1억5,000만원가량 뛰며 ‘고가주택’ 기준 금액인 9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정부의 7·10대책 이후 서울 중저가 아파트가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이는 2030세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이 확산하는데다 상대적으로 규제 타격을 덜 받아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최근 임대차 3법 개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세 매물이 대거 월세로 바뀌면서 부담이 커지자 ‘비싼 돈 내고 전월세로 사느니 차라리 늦기 전에 집을 매수하는 편이 낫다’는 심리가 강해진 것이다.

◇7·10대책 이후 씨 마르는 6억 이하 아파트=13일 서울경제가 부동산114에 의뢰해 분석한 서울 지역 아파트의 가격구간별 통계에 따르면 관악구는 7·10대책 이전까지만 해도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1만3,737가구였는데 현재 1만1,352가구로 대폭 줄었다. 17.4%가량 감소한 것이다. 반면 9억원 초과 15억원 이하 가격대에 속하는 아파트는 기존 818가구에서 1,576가구로 폭증했다. 고가주택이 불과 두 달 새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금천구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6억원 이하 아파트는 1만6,801가구에서 1만3,148가구로 21.7% 줄어든 반면 9억원 초과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1,598가구에서 1,970가구로 23.3%나 증가했다. 구로구의 경우 대출 금지선인 15억원을 넘어서는 초고가주택도 3배 넘게 증가해 눈길을 끈다. 7·10대책 직전까지만 해도 57가구뿐이던 15억원 초과 아파트가 두 달 후 236가구로 급증했다. 반면 6억원 이하 아파트는 3만3,182가구에서 6.5% 줄어든 3만1,023가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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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성동구 등 집값 선도지역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동일하게 포착됐다. 마포구의 경우 9억원 이하 아파트는 2만116가구에서 1만4,948가구로 5,000가구 이상 급감했다. 반면 9억원 초과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2만4,174가구에서 2만9,329가구로 21.5% 증가했다. 성동구 역시 9억원 이하 아파트가 1만9,296가구에서 1만5,075가구로 22% 급감했다. 성동구는 대신 15억원 이상 초고가주택이 급증했다. 7·10대책 이전 3,733가구였던 해당 가격대의 아파트 수는 이달 들어 5,042가구로 35% 이상 급증했다.




◇‘패닉바잉’ 여파…중저가 품귀현상 이어질 듯=6억원 이하 아파트가 급격히 사라지는 것은 2030세대의 패닉바잉 때문으로 풀이된다.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데다 전세 물량 감소 등으로 이들은 최근 매매시장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한국감정원의 매입자 연령대별 서울 아파트 매입 현황을 살펴보면 2030세대는 올 5월 1,391건에서 7월 5,907건으로 급증했다. 무려 4배 이상 늘어난 것인데 이는 같은 기간 40대의 매입 증가 비율(383%)보다 40%포인트 이상 높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이와 관련해 “집값 상승이 이어지는데다 전세 물량 급감 등으로 2030세대의 패닉바잉이 확산하고 있다”며 “이들의 자산 여력을 봤을 때 중저가 아파트에 몰릴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중저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저가 아파트의 품귀현상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실수요가 워낙 강한 만큼 상승 여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전세 품귀현상으로 전세가가 오르고 있는 만큼 매매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많다”며 “실수요가 탄탄한 중저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과 물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또 청약’ 확산으로 청약시장의 당첨 확률이 떨어진 것도 중저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서울 지역은 올해 내내 세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은평구 ‘DMC SK뷰 아이파크포레’에서 서울 지역 역대 최고 경쟁률(340.3대1)이 나오기도 했다. 임 연구원은 “당분간 서울은 분양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청약 당첨 가능성이 낮아진 것도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쏠림현상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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