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합의금 낼 능력 없잖아…' 을왕리 음주운전 동승자, '거짓 진술 회유' 정황 포착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음주운전자 A(가운데)씨가 1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중구 중부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인천=연합뉴스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음주운전자 A(가운데)씨가 1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중구 중부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만취한 상태에서 차량을 몰다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음주운전자 A(33)씨가 경찰에 구속된 가운데 이 운전자와 동승했던 B(47)씨가 합의금을 내주겠다며 A씨에게 거짓 진술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YTN은 음주운전 사고를 낸 A씨와 차에 함께 탄 B씨가 술자리에 동석한 지인을 통해 A씨에게 문자를 보내 ‘방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지 않게 해달라’고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YTN이 공개한 문자를 보면 ‘합의금 낼 능력이 없지 않느냐’면서 B씨가 합의금을 마련한다고 했으니 도움을 받으라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문자는 B씨의 지인이 A씨에게 보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문자메시지에는 ‘B씨가 (형사 사건으로) 입건되면 도와줄 수가 없다. B씨를 적으로 만들 때가 아니다’라는 내용도 있다.

A씨에게 B씨가 술에 취해 음주운전 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경찰에 거짓 진술을 해 달라며 회유하려 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경찰 조사 과장에서 B씨를 옹호하는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기사를 부르자는 자신을 무시하고 B씨가 운전을 사실상 강요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YTN 방송화면 캡쳐/사진=YTN 방송화면 캡쳐


A씨의 진술이 맞다면 B씨는 단순 방조 혐의가 아니라 타인을 부추기거나 시킨 혐의를 받는 ‘교사범’ 혐의를 적용받게 돼 형이 무거워질 가능성이 있다. 교사범은 범죄를 저지른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받게 된다.


경찰은 해당 문자 내용을 입수해 추가 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앞서 경찰은 B씨가 회사 법인차량의 잠금장치를 풀어준 행위를 근거로 적극적인 음주운전 방조로 판단하고 B씨를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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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입수한 숙박업소 인근 CCTV 영상에는 A씨가 차량 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기지만 열리지 않다가, B씨가 접근할 때 차량 잠금장치가 풀리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B씨가 A씨의 음주운전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보고 B씨가 음주운전을 적극적으로 부추겼는지, 증거 인멸을 시도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앞서 인천 중부경찰서는 지난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로 A(33)씨를 구속했다. 이원중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같은 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9일 오전 0시53분쯤 인천시 중구 을왕동 한 호텔 앞 편도 2차로에서 30대 여성 A씨가 만취 상태로 벤츠 승용차를 몰다 50대 남성 B씨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씨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지난 9일 오전 0시53분쯤 인천시 중구 을왕동 한 호텔 앞 편도 2차로에서 30대 여성 A씨가 만취 상태로 벤츠 승용차를 몰다 50대 남성 B씨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씨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A씨는 지난 9일 0시55분께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의 한 편도 2차로에서 술에 취한 채 벤츠 승용차를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을 배달하러 가던 C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의 벤츠 승용차는 사고 당시 중앙선을 침범했고 이어 반대편에서 마주 오던 C씨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08%)을 넘는 0.1% 이상이었다.

A씨는 이날 오후1시30분쯤 인천 중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인천지법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검정색 롱패딩에 모자로 얼굴을 꽁꽁 싸맨 채 언론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A씨는 “사고가 난 뒤 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느냐” “왜 음주운전을 했느냐” “유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호송차에 올랐다.

경찰은 음주운전 중 사망사고를 내면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을 적용해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아울러 벤츠 승용차에 함께 타고 있던 B씨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김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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