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당·정책

해외시찰 취소하고, 민간증인 안 부르고…코로나가 바꾼 국감

朴 의장, 여야에 증인 최소화·화상회의 활성화 등 권고

외통위 32년만에 재외공관 국감 안해…4강대사만 호출

與 정무위 간사는 “줄세우기 민간 증인출석 안 한다” 선언

지난해 10월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서울행정법원 등에 대한 2019년 국정감사에서 민중기 서울지방법원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올해는 국회의 ‘언택트 국감’ 기조에 따라 콩나무 시루처럼 사람들이 국감장에 붙어앉은 모습은 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권욱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국정감사는 대폭 축소된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1988년 국정감사 제도가 부활한 지 32년 만에 재외 공관을 시찰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민간 부문 증인을 신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역시 증인 신청을 최소화하고 화상 회의 체제를 구축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전념하는 모양새다.

국회 관계자는 16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14일 주례회의에서 이번 국정감사는 비대면 회의를 활성화하고 인원을 최소화하라고 국회 사무총장 및 관계자에게 주문했다”고 밝혔다. 박 의장이 주문한 사항은 △화상 회의 활성화 △증인 출석 최소화 △상임위 동시 개최를 막기 위한 일정 조정 등이다. 국회는 이같은 사항을 여야 원내대표와 협의한 후 각 상임위원장에게 권고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상임위원장의 자율성이 존중돼야 하기 때문에 권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윤상현 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및 외통위원들이 지난 4월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통위원장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유대종 외교부 기획조정실장, 이상민 통일부 기획조정실장 등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관련해 보고를 받고 있다./권욱기자


이같은 ‘언택트 국감’ 기조에 따라 외통위는 32년만에 재외 공관을 시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외통위 국정감사가 국내에서만 진행되는 것은 국감 부활 32년 만에 처음이다. 대신 미중일러 4강 대사들은 국내로 부르고 해외 공관장들은 화상으로 감사하기로 했다.

16일 여야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3일 송영길 외통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이같은 사항에 합의했다. 김영호 의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야당 의원들이 미중일 3국 정도는 (해외 국감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지만, 논의해본 결과 무리가 따른다고 인식해 해외 국감을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여야가 해외 국감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강화된 각국의 방역 지침과 차후 국정감사 일정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과 중국 등은 엄격한 입국 절차를 시행하기 때문에 입출국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거기에 정부 방역 지침을 따를 경우 국회의원들도 해외에서 돌아와서 2주 간 자가격리를 받도록 돼 있어 종합감사 등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는 게 여야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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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국감 취소는 민주화로 국정감사가 부활한 1988년 이래 처음이다. 그간 외통위는 국감 시즌 때마다 미주반·아주반·구주반으로 의원들을 나눠 해외 현지 상황을 점검했다.

지난 2014년 9월에는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두고 여야가 극한 대립하면서 재외공관 국감이 취소될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다음 달인 10월 외통위 의원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14일 동안 재외 공관을 시찰했다. 2015년에는 칠레에 8.3 규모 강진이 발생했지만 외통위원들은 지진 강도가 줄어들고 있는 점을 고려해 현지 방문 일정을 취소하지 않았다. 같은 해 메르스 사태 여파로 아프리카-중동 지역 재외공관 시찰은 가지 못했지만, 재외 공관 시찰 일정 전체를 취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일반 증인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감 증인 신청에는 피감 기관에 소속된 기관 증인, 기업 총수나 민간인 등이 포함된 일반 증인이 있는데 전자만 부르겠다는 얘기다. 그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증인과 관련해 매번 논란이 있다”며 “망신주기, 줄세우기 식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는데 올해는 방역을 철저히 준수하고 경제를 살려야 하니 국감 증인을 부르지 않겠다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올해는 코로나가 심하니 다른 상임위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확산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반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송갑석 의원은 일반 증인을 부르지 않는 안에 대해 “그렇게 따지면 국감 안 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대기업들을 피감 기관으로 두고 있는 산자위에선 ‘기업 총수 증인 채택’이 오랜 논란거리였다. 기업 총수들을 국감장에 불러 놓고 ‘줄세우기’식 하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송 의원은 “그럼에도 어떻게 결정될지는 모른다. 여야 간에 논의를 해봐야 할 문제라서 이렇다 저렇다 말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김인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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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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