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백상논단]코로나로 본격화될 새로운 노마드 시대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장·서울대 명예교수>

소비서 생산·유통까지 개인화 가속

재택근무 확산·자율주행 대중화 등

공간 속박 사라지며 사이버세계 확장

온라인서 감정 교류까지 가능해질것

이우일 과총 회장이우일 과총 회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토착화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유행 초기에는 설마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겪는 여러 변화는 돌이킬 수 없을 공산이 크다.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하는 변화에 대한 분석은 주로 소위 ‘언택트(비대면)’ 생활양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그동안 일어나고 있던 본질적 변화를 가속시키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19 이전의 사회를 풍미하던 키워드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실제 세상·사물과 결합하면서 시너지를 일으킨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핵심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고 지능화되는데 이로 인한 세상의 변화는 불가항력이다. 사람이나 국가가 혁신적 기술을 빨리 받아들일수록 훨씬 큰 경쟁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이 출현해 사회에서 수용되려면 타성과 저항에 따른 시차가 있기 마련인데 4차 산업혁명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는 저항을 무력화시키며 시차를 없애고 있다.


일찍이 개인이 첨단기술에 이렇게 쉽고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때는 없었다.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더라도 재벌이나 가난한 학생이나 똑같이 접근이 가능하다. 안 그래도 혼밥·혼술 같은 개인 위주의 생활이 대세로 자리 잡아가던 터에 모든 것을 연결해주는 4차 산업혁명은 이 경향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것이다. 당연히 개인 위주로의 변화는 급물살을 탈 수밖에 없는데 소비뿐 아니라 생산 및 유통 등 모든 부문이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공장에 갈 필요없이 집에서 3D 프린터로 개인의 아이디어를 구현해 제품을 만들고 온라인에서 개인이 직접 상품화하는 것 같은 변화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개인이 수렵·채취와 유목으로 생활을 영위하던 고대의 유목민 생활이 현대에 재연되는 새로운 노마드 시대가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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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이동하는 운송 수단도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제대로 적용되면 개인화될 것이다. 공간의 속박이 사라지면서 공간의 개념도 달라진다.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사무공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 주거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주거공간의 성격이 변하고 개인화로 인한 주거공간의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또한 한곳에 정착하지 않아도 사이버 세계에서 타인과 연결되므로 주거의 이동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 게임 등 여가를 즐기거나 개인 취미활동을 손쉽게 만들어주는 편의 서비스와 제품도 크게 성장할 분야다.

새로운 노마드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받아들이려면 인프라의 뒷받침이 필수적인데 사이버 환경 확충과 폐기물 관리가 대표적 예다. 개인화로 사이버 공간 사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며 비대면과 개인화에 따른 물류의 급격한 증가로 생기는 폐기물 발생은 큰 문제로 대두된다. 물론 사이버 보안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며 사생활 침해도 심각히 다룰 사안이다.

아무리 개인화가 진행되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와 협업은 인간적 삶뿐 아니라 창의성 증대와 작업 효율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새로운 방법의 정립이 요구되는데 온라인으로 감정의 교류까지도 가능하게 해주는 AI 기술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개인 위주로의 사회 변화는 직업의 수요를 크게 바꿀 것이며, 그에 따라 생기는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생교육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또한 개인 사업자가 늘어남에 따라 창업이 활발해질 텐데 창업을 가로막는 규제의 철폐, 창업의 출구 다각화 등 창업 친화 환경 제공이 반드시 요구된다.

우리는 그동안 변화에 잘 대처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버린 경험이 많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UCLA 교수는 저서 ‘대변동’에서 국가가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열두 가지 요소를 들고 있는데 그 중 ‘정직한 자기 평가’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특히 와 닿는다. 과거의 타성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의 약점을 솔직히 받아들여 상황에 대처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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