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은 해외 수출 58년 만에 만두 단일 품목으로 매출 1조원이라는 ‘K푸드’가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열었다. 식품업계에서 비비고 만두를 하나의 회사에 비유할 정도다. 지난해 대한제당(1조1,120억원), 한국야쿠르트(1조690억원), 남양유업(1조180억원)은 1조여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비비고 만두로 식품기업 하나의 매출을 올린 격이다.
비비고 만두 1조원 돌파가 의미 있는 것은 ‘K푸드’ 마의 벽을 깼다는 데 있다. 국내 식품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단기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제한된 내수시장과 줄어드는 인구로 글로벌 진출이 생존과 연결된다. 비비고 만두와 함께 ‘K푸드’ 트로이카인 농심 신라면은 1986년 출시 후 지난해 매출 7,600억원, 1974년 출시된 ‘46살’ 오리온 초코파이는 4,500억원 가량을 기록했다.
비비고 만두는 1~8월까지 매출의 67.4%를 해외에서 기록할 정도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10봉지 중 7개가 해외에서 팔린 셈이다. 비비고 만두의 해외 비중은 지난 2015년(41.1%), 2017년(47.6%), 2019년(63.6%)로 매년 증가하며 ‘K푸드’의 위상을 증명하고 있는 것. 미국시장 질주가 압도적이다. 미국은 비비고 만두가 진출하기 전까지 중국식 만두인 ‘덤플링’ 브랜드 ‘링링’이 25년 동안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시장이었으나 2016년 비비고가 ‘링링’을 누르고 1위로 올라섰다.
비비고 만두의 인기는 ‘웰빙식’에 있다. 중국 만두와 비해 야채가 많이 들어가 건강식으로 인식된 점이 질주에 주효했다. 비비고 만두는 ‘얇은 피에 갈지 않고 큼직하게 썰어 넣은 꽉 찬 만두소’로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는 점도 성장을 견인했다. 중국식 만두의 경우 만두피가 두껍고 고기 함량이 높아 주로 스팀 요리만 가능했지만, 비비고 만두는 얇은 피 덕에 튀김, 스팀, 스프 등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는 점도 차별점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자 냉동식품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도 호재가 됐다. 중국 ‘링링’은 수십 년 간 같은 제품을 선보였다면 비비고 만두는 ‘얇은 피’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왕교자, 군교자 등 다양한 상품군과 다양한 만두 속 제품을 제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군교자를 출시, 만두 속으로 야채, 고기 등 원물이 아닌 해물파전, 불고기와 같은 전통요리를 적용했다. 장기적으로 만두를 ‘K푸드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비비고 만두는 아시아 음식이 익숙지 않은 미국에서 간식으로 자리매김 됐지만, 건강식이란 인식과 다양한 조리법으로 이제 ‘주식’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유명 쉐프인 조지 듀란은 3월 미국 지역방송국 등에 출연해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부활절 특별메뉴’로 비비고 만두를 소개하며, 스팀, 스프 등 다양한 조리법과 고추장이나 바비큐 소스와 조합을 선보였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K만두’는 식사(meal)로 자리 잡고 있어 딥핑소스와 에피타이저로 먹거나, 스프와 함께 끓여서 만둣국처럼 먹는 형태가 늘고 있다”며 “비비고 만두 소비가 확대될수록 고추장 등 ‘K소스’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