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가 21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 계좌 중 일부를 공개했다. 공개된 계좌 내역에 따르면 길 할머니가 서울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에 머무르는 동안 매달 들어온 정부 지원금 4억원가량이 입금되자마자 전액 현금으로 빠져나갔다.
김 대표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길 할머니의 지원금을 인출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부분 현금으로 인출돼 이후 사용내역 추적이 어렵지만, 일부 현금 출금이 아닌 대체거래 내역에서 사망한 정의연 마포쉼터 소장 손모(60)씨의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가지고 있는 할머니 계좌 중 일부를 공유한다”며 “할머니 계좌에 서울시에서 지원금이 지급되는 족족 누군가에 의해 ‘현금’으로 출금이 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또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인출된 곳이) 매번 성산동 지점”이라며 “정대협 쉼터가 있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할머니의 국민은행 계좌에서 108회에 걸쳐 총 1억1,400만원이 출금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가 빼갔을까. 사실 해당 은행 성산동 지점 가서 창구 직원에게 물어보면 금방 대답 나올 것”이라며 “요즘 세상에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곧바로, 은행에 가서 현금으로 탈탈 털어오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창구 직원은 반드시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기까지가 검찰의 영역이라면, 계좌를 보고도 추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108회 중 몇 차례 현금 출금이 아닌 대체거래가 있는데, 아마 방심했던 것 같다”며 “사실 ‘현금 출금’은 상당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 이후의 행방을 사실상 찾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어 “(대체거래에서 길 할머니 돈이) 손모씨에게 보내진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108차례 중 불과 몇 차례인데 그 중 세 번이 손모씨”라며 “앞서 기사화됐다. 할머니 통장에서 돈이 빠진 이유를 묻자, 고인이 무릎을 꿇더라고. 더 이상 추정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했다.
그는 덧붙여 “이 통장뿐만 아니라 다른 계좌가 있다”며 “그 계좌에선 2억9,500만원이 비슷한 방식으로 출금됐다. 두 계좌를 합하면 4억”이라며 “어디로 갔을까”라고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4일 정대협 전 대표였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이 가운데는 윤 의원이 손씨와 공모해 길 할머니의 여성인권상 상금 1억원 가운데 5,000만원을 정의기억재단에 기부하게 하는 등의 수법으로 총 7,900여만원을 불법적으로 기부·증여한 준사기 혐의도 포함됐다.
하지만 검찰은 길 할머니 통장에서 약 4억 원의 지원금이 현금 인출된 내용은 공소사실에 포함하지 않았다. 기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검찰이 입증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기소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 대표는 “검찰이 공개하지 않았으니 나라도 공개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길 할머니 계좌 공개를 예고한 바 있다.
한편, 윤 의원은 길 할머니에 대한 준사기 혐의에 대해 “중증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속였다는 주장은 해당 할머니의 정신적 육체적 주체성을 무시한 것”이라며 “위안부 피해자를 또 욕보인 주장에 검찰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