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우리 기업들은 투기자본의 공격에 사실상 무장해제돼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4대 그룹 상장사 55곳 중 19곳(35%)이 대주주보다 외국인 지분이 높아 헤지펀드의 공격에 취약한 구조다.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독약처방) 등 경영권 방어장치가 없다 보니 자기주식 매수로 공격을 막아야 하는 실정이다. 기업들이 자기 회사 주식을 되사는 데 쓴 돈만 2017년 한 해 8조1,000억원에 달했다.
현실이 이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기업들에 족쇄를 채우는 법만 골라서 만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1대 국회 개원 후 석 달 동안 발의된 ‘기업부담 법안’이 284건으로 20대 국회 같은 기간에 비해 40%나 늘었다. 여기에 기어이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기업규제 3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규제 3법에 대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강행 의지를 밝혔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동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은 세계 각국이 주력 기업을 지키기 위해 어떤 정책과 법안을 만들고 있는지 제대로 돌아봐야 한다. ‘기업규제 3법’을 밀어붙이기에 앞서 경영권을 지켜낼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먼저 마련하는 것이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