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들 서모(27)씨의 ‘황제 복무’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3일 야당 의원의 호명과 질의에 응답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여야가 또 맞붙였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만 침묵하겠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고, 김진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품격 있는 대응”이라며 추 장관을 옹호했다.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시작부터 추 장관 아들의 병역 특혜 및 정치자금 유용 의혹으로 논쟁이 벌어졌다. 야당 법사위원들은 여당이 추 장관에 대한 현안 질의를 반대하자 기자회견을 통한 항의에 나섰다.
조 의원은 “현안이 있는데 질문을 못하게 하는 것, 이게 민주주의냐”며 “유신독재 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 심지어 소회의실 출입구 봉쇄가 2020년에 일어난 일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무위원들이 다 왔는데 국회의원이 질문하는 게 잘못된 것이냐”며 “국무위원들 앞에서 방긋방긋 웃어야하나. 현안 질의도 못하게 하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해충돌 방지법 얘기가 나왔다. 추미애 장관부터가 이해충돌”이라며 “법무부장관으로 앉아서 자기가 자기 수사를 방해한다. 이걸 물어보라고 있는 자리가 국회의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호중 위원장이 대체토론해서 현안 질의해달라고 하는데, 추미애 영향력이 굉장히 큰 것 같다”며 “당당하거나 감출 게 없다면 현안질의를 왜 피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도읍 법사위 간사는 회의장으로 들어가려는 기자들을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방역 지침에 따라 막자 “누가 나가라고 하느냐, 기자들이 왜 회의장에 못 들어오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추 장관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졌다. 추 장관은 “8개월 만에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에 대한) 면피용 압수수색 쇼가 이뤄졌다”며 “이에 대해 어떤 견해냐”고 묻는 조 의원의 질문에 “이것이 현안이라는 데 대해 이해가 잘 안 간다”며 제가 이 사건 보고를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조 의원이 ”법무부 장관은 법무행정과 검찰을 총괄하지 않느냐. 통상적 수사의 흐름에 비춰봤을 때 이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며 수사 진행 상황 관련한 질문을 수차례 이어갔지만, 추 장관은 답변하지 않았다.
해당 광경을 지켜보던 김진애 의원은 추 장관을 엄호하며 “국회가 혐오집단이 되거나, 법사위가 ‘찌라시 냄새가 난다’, ‘싼 티가 난다’는 평가를 듣고 싶지 않다”며 “지금 법무부 장관이 답변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묵언 수행으로, 품격 있는 대응”이라고 주장했고, 조 의원은 “그것은 선택적 묵언수행”이라고 맞받아졌다.
이어 조 의원은 “추 장관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만 침묵하겠다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추 장관은 김도읍 의원의 호명과 질의에도 답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김 의원이 이해 충돌 논란에 휩싸인 박덕흠 의원에 대한 진정사건 수사와 관련한 질의를 하면서 추 장관을 향해 “법무부 장관님”이라고 3차례 불렀지만,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김 의원이 “이제 대답도 안하십니까”라고 묻자, 추 장관은 “듣고 있습니다”라고 답했고, 이어지는 “질문 할까요?”라는 질의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에 김 의원은 “하이고 참...”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이 “중앙지검 대검 자료를 법무부를 경유해서 오니까 자료 제출 요구를 하겠다”며 “조금 전 신동근 의원이 말씀하신 2017년도 박덕흠 의원 관련된 진정사건, 진정사건이 있는지 여부, 있다면 지금까지 신동근 의원님 주장대로 진정사건 진행이 안 되고 있는 이유 이 두 가지를 자료해서 제출해주시겠느냐”고 물었다.
추 장관은 “확인해보겠다”고 답했고, 김 의원이 “확인되면 자료 제출하시겠느냐”고 물었으나 추 장관은 재차 “확인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윤 위원장은 추 장관에게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자료 제출 요구를 하면 제출하시겠다고 답변을 하셔야 된다”고 주의를 줬다. 또 추 장관의 침묵 대응에 대해선 “물론 답변을 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성실하게 답변해야 할 의무도 있으니까 그렇게 해달라”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21일에는 추 장관이 아들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해온 김 의원을 향해 “어이가 없다. 저 사람은 검사를 안 하고 국회의원 하길 참 잘했다”고 한 발언이 또다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추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해 정회가 선언된 후 마이크가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옆에 앉은 서욱 국방부 장관과 대화를 나눴다.
서 장관이 추 장관에게 “많이 불편하시죠”라고 질문을 건네자 추 장관은 “죄 없는 사람을 여럿 잡을 것 같아요”라며 이렇게 언급했다. 추 장관의 ‘저 사람’은 누구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검사 출신은 김도읍 의원과 유상범 의원으로 정회 직전에 추 장관에게 질의한 사람은 김 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