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교조 나비효과...전공노 "우리도 법외노조 취소해달라"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 시행령 불법 판결에

전공노 "우리 통보도 취소해달라" 점거 농성

2014년 대법서 '노조아님' 판결로 사건 종결돼

고용부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워' 난감

"대법, 국회 입법 절차 기다렸어야" 지적 제기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로비에 전국공무원노조가 집회를 위해 가져온 컵라면·생수 등이 놓여있다. 전공노 조합원은 지난 16일부터 ‘법외 노조 통보’를 취소해달라며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변재현기자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로비에 전국공무원노조가 집회를 위해 가져온 컵라면·생수 등이 놓여있다. 전공노 조합원은 지난 16일부터 ‘법외 노조 통보’를 취소해달라며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변재현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합법 노조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도 해직자가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노조 아님’ 통보를 받았다며 이를 취소하고 해직자를 복직시키라며 농성에 들어갔다. 2014년 대법원이 노조 아님 통보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전교조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노조법은 해직자가 가입된 노조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불법 노조 통보 방법’을 규정한 시행령이 대법 판결로 효력을 잃으면서 전공노를 합법이라고 하기도 불법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전공노는 지난 16일부터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로비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공노는 고용부에 ‘법외 노조 통보 취소’와 해직 공무원 복직 및 경력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 16일부터 전공노에 퇴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불응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전공노에 로비 점거 농성을 그만두고 퇴거할 것을 요청한 공문.  /변재현기자고용노동부가 전공노에 로비 점거 농성을 그만두고 퇴거할 것을 요청한 공문. /변재현기자


전공노의 사례는 전교조와 유사하다. 해직자가 조합원으로 있다는 이유로 고용부에서 똑같이 ‘노조 아님’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전공노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에 노조 아님 판단을 받았다.


다만 대법원은 시행령으로 단결권을 제한하는 ‘노조 아님’ 통보를 내리는 행위가 적법하지 않다고 지난 3일 판결했고 고용부는 다음날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를 취소했다. 전공노는 전교조와 같은 이유로 노조 아님 통보를 받았다면 똑같이 합법노조 지위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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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법원이 지난 2014년 ‘해직자가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전공노에 노조 아님을 통보한 것은 노조법상 적법하다’는 판결을 냈기 때문이다. 고용부가 전공노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를 소급 취소한다면 새로운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전 판결을 뒤집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2009년 처분이 적법하다는 것은 법률 관계가 확실하다”며 “되돌리면 법적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노조법이 개정되지 않았는데도 해직자의 노조가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노조법이 ‘노조 아님’ 통보 절차를 규정한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이 단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효력을 잃었다. 노조법에서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데 이를 시행할 방법이 없어진 꼴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업별 단위노조로 설립 신고해 필증을 받은 경우 노조법상 노조로 봐야 하지만 사후 정관변경 등을 통해 해직자가 가입할 수 있다”며 “만약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됐다고 본다면 사후적인 상황이라 전교조 판결 이후에는 노조 아님 통보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혼란을 대법원이 입법 작용을 기다리지 않고 판결을 내린 데서 찾는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가하는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노조법 개정이 먼저 됐다면 전공노가 법외노조라고 판단한 2014년 대법원의 판결도 존중하면서 개정법 시행 후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할 수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국회 지형으로 보면 여당이 노조법 개정안을 마음만 먹으면 통과시킬 수 있다”며 “대법원이 입법을 기다려 사회적 합의를 존중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세종=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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