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0으로 앞선 7회 2사 1루, 메이저리그(MLB) 전체 타율 1위의 DJ 러메이휴를 상대한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은 투구 수 딱 100개째에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을 던졌다. 결과는 우익수 플라이, 임무 완수였다. 3대1이던 5회 2사 1·2루 위기를 맞은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2아웃 득점권 타율이 무려 5할인 라이언 브론을 만났다. 풀카운트 승부 끝에 99구째는 역시 우익수 플라이. 승리투수 요건을 지켜낸 김광현은 입술을 꽉 깨문 채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의 미트에 주먹을 부딪치며 씩 웃었다.
류현진·김광현이 같은 날 나란히 승리투수로 우뚝 서며 한국야구의 MLB 도전사에 큰 획을 그었다. MLB 역사상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동반 승리를 거둔 것은 2005년 8월25일 박찬호(당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서재응(당시 뉴욕 메츠)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류현진은 25일 뉴욕주 버펄로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홈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팀의 4대1 승리를 이끌었다. 토론토 투수로는 올해 처음으로 7이닝을 책임지면서 팀의 포스트시즌(PS) 진출 확정과 양키스전 통산 첫 승이라는 선물들을 챙겼다. 올 들어 가장 압도적인 투구로 7회까지 잘 막은 류현진은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환하게 웃었다.
양키스전 통산 4번째 등판 만에 거둔 첫 승이었다. 이전까지 양키스에 홈런을 7방이나 내주는 등 2패, 평균자책점 8.80으로 약했던 류현진은 팀의 PS행이 걸린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홈런을 내주지 않고 그동안의 악몽을 깨끗이 지워버렸다. 4년 8,000만달러에 토론토와 계약한 첫해에 그는 12경기 5승2패, 평균자책 2.69(아메리칸리그 4위)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덕분에 토론토는 리그 8번 시드로 4년 만에 가을야구에 복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팀당 60경기의 초미니 일정을 치른 MLB는 PS 진출팀을 종전 10개에서 16개로 확대했다. 류현진은 30일 열릴 와일드카드 시리즈(3전2승) 1차전에 나선다. 상대는 최지만 소속팀인 탬파베이 레이스가 유력하다.
지난 8일 양키스전에서 5이닝 3피홈런 5실점으로 무너졌던 류현진은 이날은 2회 20개 투구가 가장 많았을 정도로 투구 수 관리를 잘했다. 커터(31개)와 체인지업(29개)을 총 60개나 던졌는데 2대0으로 앞선 6회가 하이라이트였다. 무사 1·2루에서 4번 장칼로 스탠턴을 맞은 류현진은 몸쪽 컷패스트볼(커터)을 결정구로 헛스윙을 유도, 3구 삼진을 잡은 뒤 뜬공과 땅볼로 불을 껐다. 류현진은 “선수들이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잘 지켜 한 명도 코로나19 때문에 빠지지 않았던 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오늘 승리를 계기로 양키스를 상대로 한 자신감이 충분히 올라왔다”고 말했다.
김광현도 시즌 마지막 등판인 밀워키 브루어스와 홈경기에서 3승(1세이브, 평균자책 1.62)째를 거뒀다. PS행 경쟁팀인 밀워키와 5연전 첫 경기에서 신인이 큰 역할을 해낸 것이다. 5이닝 5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한 김광현은 팀의 4대2 승리 속에 강력한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로서 기분 좋게 결과를 기다리게 됐다. 3회 선두타자에게 2루타를 맞은 뒤 삼진 2개와 직선타로 실점을 피한 김광현은 4회 2사 1·2루에서 6번 타이론 테일러에게 맞은 안타가 유일한 적시타 허용이었다. 김광현은 신장 경색으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는 등 쉽지 않았던 시간을 극복하고 복귀 후 3경기에서 1승을 챙기며 선발 한 자리를 굳게 지켜냈다. 팀이 PS에 가면 김광현은 3선발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