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지난 2016년과 그 이듬해 낸 연간 소득세가 각각 750달러(약 88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근 15년 중 10년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입성 전후로 오랫동안 세금을 회피해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오는 11월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20여년치 소득신고 자료를 검토한 결과 그가 2016년과 2017년 연방소득세를 각각 750달러씩 냈으며 최근 15년 사이 10년 동안은 수입보다 손실이 크다는 이유로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은 매년 수억달러에 달한다. 진행자로 나선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와 각종 라이선싱·홍보계약으로 2018년까지 4억2,740만달러를 벌었고 건물 두 채에 투자해 1억7,650만달러의 수익을 냈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이 같은 수익에 상위 1%에 적용되는 세율을 적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소 1억달러의 소득세를 내야 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해외에서의 수입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 첫 2년 동안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등에 있는 골프클럽에서 7,3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NYT는 “해외 수입의 대부분은 골프클럽에서 나왔지만 일부는 해당 국가 정부의 허가사업과 관련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 외에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인도와 필리핀에 각각 14만5,400달러와 15만6,824달러를 세금으로 냈다. 그만큼 벌이가 있었다는 뜻으로 미국에서의 750달러와 비교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초반 사업실패로 약 10억달러의 손실을 봐 이를 2005년까지 세금을 공제받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고의로 세금을 회피해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운영하는 기업들이 적자를 내 그가 벌어들인 수백만달러에 대한 과세를 피했다”며 “뉴저지에 있는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의 경우 수입에 대한 설명 없이 2017년에 전년 대비 관리비가 5배나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가짜뉴스”라며 “관련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문제가 또 다른 대선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줄이다가 다시 정체기에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불리한 요소다. 워싱턴포스트(WP)가 21∼24일 ABC뉴스와 함께 전국 등록 유권자 889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오차범위 ±3.5%) 바이든 전 부통령이 53%의 지지를 얻어 트럼프 대통령(43%)을 10%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NYT와 시에나대 조사에서는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8%포인트로 조사됐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