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첨단산업을 키우고 자국 이익을 지키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다. 이번 법안도 평소 대기업 지원에 부정적이었던 민주당이 주도하면서 미 의회가 모처럼 의기투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과의 반도체 전쟁에서 이기려면 정파적 대립보다 국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 정부가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를 겨냥해 수출제한 조치에 돌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민관이 뭉쳐 반도체를 기간산업으로 키우겠다며 2,430억달러를 투입해 50여개의 반도체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신산업에 승부를 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한국을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으로 만들겠다면서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정책을 천명했지만 선언에 그쳤을 뿐이다. 오히려 ‘기업규제 3법’과 노동법 개정 등 잇따른 규제 폭탄을 쏟아내면서 멀쩡한 우리 기업도 국내에서 내쫓길 판이다. 당장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감사위원분리선임제’가 도입되면 외국 경쟁사가 삼성전자 감사위원에 선임돼 첨단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 정부 들어 대기업의 R&D 세액공제율이 기존의 1~3%에서 0~2%로 줄어들었고 투자세액공제율도 3%에서 1%로 낮아졌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첨단산업이야말로 일자리의 보고이자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인식을 갖고 국내 산업 지키기 대열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