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역주행 정책'에 전동킥보드 속앓이

■ 안풀려도 될 규제는 풀리고

12월부터 13세로 문턱 낮아지지만

사고 위험 커 업체들 '18세이상' 유지

■ '활성화 법안'은 되레 발목

등록제 전환·관리감독 강화 추진

사업자에 과태료 부과…부담 커져

지난 7월 공유 전동킥보드 ‘라임’이 서울 코엑스 광장에서 안전교육 ‘파킹 스쿨 위크’를 진행했다. /사진제공=라임지난 7월 공유 전동킥보드 ‘라임’이 서울 코엑스 광장에서 안전교육 ‘파킹 스쿨 위크’를 진행했다. /사진제공=라임



‘라스트마일 모빌리티(Last-mile Mobility)’로 주목을 받으며 급격히 성장한 국내 전동킥보드 업계가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오는 12월부터 기존에 소형 오토바이와 같이 취급되던 ‘개인형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가 자전거로 분류돼, 13세 이상 청소년도 운전면허 없이 운행 가능해져서다. 고객층을 늘릴 수 있는 기회에도 불구하고 전동킥보드가 각종 안전사고로 ‘눈엣가시’ 취급을 받고 있어, 대부분 업체는 18세 이상만 운행이 가능한 현행 정책을 유지할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월10일부터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으로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게 되지만 정작 서비스 제공 업계는 기존 18세 이상 운행 정책을 유지하는 분위기다.

서울과 부산에서 공유 전동킥보드를 운영 중인 글로벌 모빌리티 ‘라임(Lime)’은 최근 “라임의 최우선 가치인 안전을 고려해 18세 이상으로 규정한 기존 서비스 제한 연령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알파카(옛 고고씽·매스아시아)’, ‘씽씽(피유엠피)’ 등 국내 기업들도 13세 이상 청소년들에게는 부적합하다고 보고 현행 이용자 연령 정책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알파카 한 관계자는 “만 13세 이상 중·고등학생이 전동킥보드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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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에서 전동킥보드는 소형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만 16세 이상 원동기 면허 보유자만 탈 수 있다. 또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려면 운전면허증 사진을 입력해 면허 여부를 인증받아야 한다. 정부는 이 같은 규제가 시장확대를 막는다고 보고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오는 12월10일부터 만 13세 이상이면 면허가 없어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자전거도로를 이용한 통행도 허용되지만 기존과 같이 인도로는 다닐 수 없다.


법 개정으로 전동킥보드 서비스 대상이 확대되는데도 전동킥보드 업계가 주저하는 이유는 ‘킥라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진동킥보드로 인한 교통사고는 2017년 117건, 2018년 225건, 2019년 447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형성 초기 단계에서 ‘위험한 모빌리티’라는 이미지가 각인되면 꽃도 피어 보지 못한 채 사장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업계에 형성되어 있다”며 “비교적 안전하게 전동킥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연령대에 집중해도 여전히 성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가 입법을 추진 중인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 활성화 및 관리에 관한 법률’(PM법)이 산업 발전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PM법을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발의했다. 이 법안은 퍼스널 모빌리티 대여업을 신설하고 등록제로 전환해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도록 했다. 전동킥보드를 무단 방치한 대여사업자에게는 최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김형산 더스윙 대표는 “주차구역을 위반했을 때 과태료를 대여사업자에 물리는 법안이 도입되면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산업이 제대로 성장도 못해 보고 퇴출된 ‘타다 사태’가 재현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준상 국토부 모빌리티정책과장은 이에 대해 “과태료 500만원은 상한일 뿐 시행령에서 위반 유형에 따라 세분화할 것”이라며 “국회가 빠른 시일 내에 법률 제정을 완료해야 이를 구체화하는 후속조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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