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공식적으로 빨강·파랑·하양 혼용색으로 당색을 바꿨지만 이번 추석 연휴 동안 벌인 1인 시위에서는 빨간색만 사용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당의 스펙트럼을 넓힌다는 취지로 파란색을 당색에 반영했지만 이를 사용한 의원들은 없었다. 특히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과 색깔 차이가 없어 “도로 새누리당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이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진행한 ‘전국 시도당 및 당원협의회 동시 1인 시위 실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17개 시도당 당협위원장이나 의원들 중 파란색을 사용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들 중 일부는 피살된 어업지도원 공무원 A씨의 죽음에 조의를 표한다는 의미에서 검은색을 사용했지만 당색으로 반영된 파란색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4일 빨간색을 기본으로 하고 파란색과 흰색을 보조색으로 하는 새 상징색을 발표했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구도에서 과감히 탈피, 국민을 통합하는 포용력 있는 정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구조가 굉장히 다양화되고 심화되고 있다”며 “그런 다양성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은 새 상징색을 발표할 때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달 14일 처음 김수민 홍보 본부장이 보수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더불어민주당의 파란색, 정의당의 노란색을 모두 합친 3가지 혼용색상을 사용하겠다고 밝혔을 때 당내 분위기는 곱지 않았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해 “다양성도 좋고, 포용성도 좋다. 그러나 정당은 정체성이 근본이다. 보수, 진보, 중도 셋을 동시에 표방하는 정당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소고기도 맛있고, 돼지고기도 맛있다. 닭고기도 맛있다. 그렇다고 섞어 먹느냐”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당색인 ‘해피핑크’를 유지하자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현직 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 250명 중 126명이 응답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분홍색 유지 41.2% (52명) △빨간색 25.3% (32명) △파란색 17.4% (22명) △혼합색 15.8% (20명) 순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색이 확정된 후 거리로 들고 나선 피켓은 오히려 ‘새누리당’의 당색과 비슷했다. 새누리당 역시 짙은 빨간색(#C9252B)을 사용했는데, 현재 국민의힘 빨간색(#E61E2B)은 이보다 명도가 조금 더 높을 뿐 외견 상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삼색이 ‘다양성’을 반영한다는 김 위원장과 김 홍보본부장의 논리에 따르면 새누리당 의원들이 빨간색만을 사용한 것은 다양성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김 홍보본부장은 이에 대해 “유니폼의 색깔은 확정이 아니고, 완전한 응용형 버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당색은 확정됐지만 이번에 사용된 유니폼이나 피켓의 경우 CI(Corporate Identity)가 확정된 후에 곧바로 배포됐기 때문에 응용 색을 넣는데 시간적인 한계가 있었다는 얘기다.
다만 개별 의원이 색깔 비율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경우 당색 변경의 취지가 무력화될 여지도 있다. 김 홍보본부장은 “백드롭이나 현수막, 개인 명함에 파란색을 더 비율로 많이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