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안보

[단독] 강경화 남편, 2월 '베트남 여행 최소화 권고' 중에도 호찌민 관광

2월8~17일 베트남서 박물관·대형식당 등 방문

당시 베트남은 WHO 지역감염국 12개국 중 하나

정부, 2월11일 베트남 등 6개국에 '여행 최소화'

귀국 이틀 뒤엔 카리브해 또 여행... 佛파리 경유

해외 입국자 원인으로 대구 확산 본격화 시점

6월 그리스 출국 무산 뒤 결국 지난 3일 미국行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최근 요트를 사러 미국으로 떠나 논란을 일으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지는 초창기였던 지난 2월 베트남을 여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그가 베트남을 여행하던 시기는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역사회 감염 확인 사실을 들어 베트남 여행 자체를 최소화해 달라고 권고한 시점과 겹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또 해외 유입으로 인해 대구 감염자가 급속히 확산하던 시점에도 베트남 여행 이틀 뒤 곧바로 카리브 해로 관광을 떠났다. 정부 권고 직전에 출발하기는 했지만, 그가 주무부처의 수장인 데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강 장관의 배우자인 점을 감안하면 다소 느슨하고 부적절한 태도를 취한 게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서울경제 취재에 따르면 강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지난 2월8일부터 같은 달 17일까지 고교 동기 등 일행 5명과 함께 베트남 호찌민 지역을 여행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그곳에서 테니스를 여러 차례 즐기고 2월16일께로 추정되는 여행 중 두 번째 일요일에는 대형 해산물 요리집 등을 방문했다고 적었다. 여러 사람이 몰리는 대표 관광 코스인 전쟁박물관과 호찌민시 박물관 등도 찾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교수 방문 기간 정작 우리 정부는 베트남에 여행 최소화 조치를 권고했다는 점이다. 당시만 해도 베트남은 1월23일 첫 감염자가 발생한 이래 꾸준히 확진자가 늘고 있는 추세였다. WHO는 2월 초 ‘중국 외 지역 내 전파 확인 또는 추정 사례’가 보고된 국가로 싱가포르·한국·일본·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미국·독일·프랑스·영국·스페인·아랍에미리트 등 12개국을 지목했다. 정부는 이에 11일 중국과 교류가 많은 싱가포르·일본·말레이시아·베트남, 태국·대만 등 6곳에 대해 우선적으로 해외여행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지역을 방문할 때는 감염병 예방수칙 등을 준수하고 ‘다중 밀집장소’ 방문을 자제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교수가 호찌민에서 각종 박물관을 찾았다고 밝힌 시점은 이 직후인 12일(현지시간) 오전이었다. 이날부터는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베트남 방문 이력도 검색할 수 있게 됐다.

김강립 신종 코로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당시 “중국 외 제3국을 통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유입방지를 위해 동남아시아 등 환자 발생지역에 대해 여행을 최소화해달라”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이일병 교수가 지난 2월 자신의 블로그에 지인들과 함께 방문했다며 올린 베트남 식당 사진. /사진제공=이일병 교수 블로그


이 교수의 여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베트남에서 돌아온 직후인 2월19일부터 같은 달 26일까지 카리브 해에 위치한 프랑스령 섬 마르티니크로 떠났다. 이 교수는 그 과정에서 그가 WHO에서 이미 지역 감염 확산 지역으로 지목한 프랑스 파리도 거친 것으로 설명했다. 당시 국내 상황은 대구에서의 감염자 폭증으로 2월20일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돌파한 데 이어 21일에는 정부가 대구·경북 지역을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는 혼돈의 상태였다. 그때만 해도 국내 지역사회 감염이 이제 막 번지기 시작할 때여서 대부분 중국이나 위험 지역 해외 방문자들을 코로나19의 직접적인 감염 경로로 따질 때였다.


이 교수는 블로그서 “파리에서 숙박하지 않을 수 있게 좀 비싸지만 샤를드골공항에서 출발하는 인천행 비행기를 예약했다”며 “나 같은 돈 없는 여행자에게는 파리가 작년 여행 때처럼 아름답기보다 쓸데없이 비싼 중간 기착지가 되어 버렸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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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6월에도 카타르 도하를 경유해 그리스 아테네로 가는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가 취소했다. 그리스가 한국발 여행객을 입국시킨다는 잘못된 소식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교수는 결국 지난 3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 교수는 공항에서 KBS 취재진을 만나 “그냥 자유여행을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했다는 지적에는 “코로나가 하루 이틀 안에 없어질 게 아니지 않느냐”며 “맨날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답했다.

외교부는 지난 3월23일부터 전 국가·지역 해외여행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고 있다. 특별여행주의보는 해외여행을 금지하지 않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여행자 개인뿐 아니라 국가 전체 방역을 위한 조치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이날 실·국장들과 회의를 하고 “국민들께서 해외 여행 중 외부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러한 일이 있어 경위를 떠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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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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