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등 가게 입장에서는 손님들이 휴대폰 충전을 맡기면 이를 거부할 수 없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보조배터리 공유 서비스로 이 같은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습니다.”
보조배터리 대여 스타트업인 ‘자영업자’의 왕수용(47·사진) 공동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매장 방문 손님들에게는 충전 편의를 제공하면서 가게 사장님들의 운영상 애로사항을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회사이름도 ‘자영업자’로 정하고 배터리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보조배터리 공유 서비스 ‘아잉’은 출시 1년 만에 회원 수가 8만명을 넘었다. ‘자영업자’는 음식점·카페·주점 등과 계약을 맺고 손님들이 손쉽게 보조배터리를 빌려 쓸 수 있도록 대여·반납이 가능한 자판기 형태의 ‘아잉박스’를 설치해주고 있다. 스마트폰 배터리 충전량이 아슬아슬하다면 ‘아잉’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변 아잉박스를 검색한 후 가게를 방문해 QR코드 스캔으로 결제하고 빌리면 된다. 카카오톡이나 앱으로 회원 가입할 수 있다.
왕 대표는 “하루에 많게는 10번 이상 손님의 충전 부탁을 받는 가게 주인들은 스마트폰 분실·파손의 걱정을 피할 수 없는데 공유 서비스를 통해 이런 스트레스를 덜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잉박스는 서울·수도권 등 전국 750곳 매장에 1,000여대가 설치돼 있다. 70% 정도는 서울 수도권 일대에 집중돼 있다. 경기 성남 CGV 오리 스퀘어몰과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에는 전 층에 아잉박스가 깔려 있다. 그는 “보조배터리를 갖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지만 휴대·충전·관리에 불편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며 “배터리를 빌리면 아예 충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용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잉박스 하나에 8개가 들어가는 배터리는 2~3시간이면 충전이 완료된다. 배터리에 달린 3개의 단자케이블로 모든 스마트폰 기종과 전자담배·헤드셋 등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그는 “현재 회원의 65%가 20대지만 점차 중장년으로 사용층이 넓어질 것으로 본다”며 “사용자 접점을 늘리도록 연내 아잉박스 설치 대수를 5,000대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왕 대표는 자영업자가 두 번째 창업이다. 지난 2000년 세운 시스템 개발서비스 회사인 민트기술도 운영하고 있다. 배달 앱 ‘띵동’과 공유킥보드 ‘씽씽’ 등을 이끌고 있는 윤문진 공동대표와 함께 소상인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도움을 주자는 뜻을 모아 지난해 자영업자를 창업했다. 현재 자영업자는 아잉박스 가맹점과 대여 수익의 일정 부분을 나누고 있다.
그는 “이미 배터리 공유 서비스가 중국에서는 시장 성숙 단계에 있고 우리나라도 전동킥보드의 대중화가 예상보다 빠른 점을 감안하면 배터리 공유도 곧 일상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앞으로 배터리 외에도 소상인들의 고충을 덜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