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폼페이오 '한국 패싱'… 미중 사이 눈치보기 멈춰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 측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이번주로 예정됐던 한국 방문을 연기하게 됐다고 알려왔다. 불가피한 사정이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태일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예정대로 방문한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일은 4~6일 도쿄에서 열리는 미·일·인도·호주 4개국 안보대화(Quad·쿼드)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한 것이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주요 목적으로 구성된 쿼드를 인도태평양판 나토와 같은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려 한다. 그런 흐름에서 지난달 26일 미국 아시아소사이어티 주최의 세미나에서 ‘한국이 쿼드 플러스에 가입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강 장관은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그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긋는 답변을 했다. 중국을 의식해 거칠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자꾸 중국 편을 드는 듯한 태도를 취하니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불발에 ‘한국 패싱’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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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줄곧 미중 양대강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표방하며 전략적 모호성을 보여왔으나 득보다는 실이 컸다. 실제로는 눈치보기 외교로 전개되면서 샌드위치 또는 외톨이 신세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의 입장을 배려하는 전략을 펴왔으나 중국으로부터 얻은 실익은 없었다. 되레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로부터 중국 주도의 ‘데이터안보 기준’에 동참하라는 공개 압박까지 받는 처지가 됐다. 지금이라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의 가치 공유를 중시하는 원칙에 따라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안보 울타리를 든든히 쌓는 전략을 우선 펴야 한다. 그런 토대 위에서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중국과의 우호관계도 증진하는 방향으로 외교 정책의 틀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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