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해양경찰의 조사·수색결과를 기다려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 “뭘 더 조사하느냐”면서 “군은 정보공개 하라”고 촉구했다.
이씨는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종합민원실 앞에서 정보공개 청구서를 접수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 그냥 일주일만에 종결되는 사안이다. 지금 조사하겠다고 하는데 뭘 더 조사하느냐”며 “우리가 정보공개 청구하는 거나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가 이날 공개를 청구한 정보는 군이 9월 22일 공무원 피격 당시 북한군의 대화를 감청한 녹음파일과 공무원 시신을 훼손시키는 장면을 촬영한 녹화파일 등 두 가지다. 이 정보공개 청구 대상물들은 모두 군사기밀로 분류돼 있어 공개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정보공개청구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국방부가 가진 정보 중 군사기밀을 분류한 이유는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하지만 국방부는 국민을 보호하지 못했으므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대상물은) 군사기밀의 존재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방부가 공개를 거부하면 행정소송을 낼 계획”이라며 “국가기관이 기밀을 이유로 비공개 했지만 행정법원에서 공개 판결이 나온 경우도 많다”며 법적 싸움도 예고했다.
이씨는 기자회견에서 언론에 공개된 피격 공무원 아들의 편지도 낭독했다.
그는 “어제(5일) 이 편지를 처음 보고 눈물을 다 흘렸다. 오늘 이 편지를 낭독할 때 울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만큼 내 마음가짐과 생각이 단단해졌다”면서 “조카의 편지가 공개된 후 악성 댓글로 인해 조카와 가족들이 상당히 힘들어 한다”며 비난 자제를 당부했다.
이씨는 또 “앞으로는 ‘월북’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을 것”이라며 “월북이란 말은 법적인 판단이 된 게 아니므로 (동생은) ‘실종자’ 신분이고, 월북의 프레임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월북 표현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국방부는 이씨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가 접수되면 담당부서를 지정하고 관련내용을 검토한다”며 “이씨의 정보공개 청구 역시 곧 이를 담당할 부서를 정해 민원을 제기한 민원인에게 답변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씨는 국방부 민원실 방문 전 서울 주재 유엔인권사무소에 들러 동생의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씨는 유엔인권사무소가 있는 서울 종로구 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잔혹한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유엔 차원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요청한다”며 “이 문제가 단순한 피격 사건이 아닌 미래를 위해 북한의 만행을 널리 알려 재발 방지를 위한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조사 요청을 어떻게 처리할지 밝히지 않았지만 트위터를 통해 “대한민국 공무원 사망 건과 관련해 한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국제인권법에 따라 공정하고 실질적인 수사에 착수하고 수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며 “조선인민공화국은 한국과 협조해 사망자 유해와 유류품을 유가족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