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현정택의 세상보기] 방역 제한 줄여야 모범국가다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정부신뢰 높여 국민 참여 극대화

방역 성공 대만·뉴질랜드 공통점

'차벽' 등 부적절 통제 최소화해야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부는 우리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세계적인 모범국가라고 말한다. 사망자가 20만명 넘은 미국이나 하루 확진자가 1만명 이상 발생하는 프랑스 같은 유럽국가와 비교해 아주 낮은 수준임은 맞다.

그런데 한국보다 훨씬 방역에 성공한 곳이 있다. 대만은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 521명, 사망자는 단 7명으로 인구 비례로 따져도 한국의 10분의1이 채 안 되며 국내 신규 발생 환자도 수개월째 0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대만은 해외입국자에 대한 2주간의 자가격리를 제외하고는 자국 내 기업, 학교, 스포츠 경기, 여행 등 거의 모든 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결혼식 등 행사를 축소하고 여행을 자제하며 종교활동도 제대로 못 하는 우리로서는 부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경제적으로도 대만은 올해 플러스 성장을 해 마이너스 성장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우리와 대비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는 뉴질랜드가 모범사례로 꼽힌다. 누적 확진자 수 1,858명, 사망자 25명으로 인구를 고려해도 우리보다 낮다. 초기부터 선제적이고 강력한 방역정책을 시행해 필수 업종 및 공공 서비스를 제외한 기업과 학교를 폐쇄하고 모든 여행을 제한한 결과 감염병이 진정돼 지난 6월 초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다.


그 후 8월 중순부터 새로운 환자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에 3단계 경보를 내리는 등 즉각적으로 대응해 이른 시일 내 다시 안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10월8일부터는 전국이 1단계로 환원해 해외입국자를 제외하고는 국내 활동에 제한을 하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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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8월 중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더 강화된 2.5단계, 추석 특별방역까지 근 50일 동안 계속해온 제한조치를 더 끌고 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일일이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업종 제한이나 영업 제한으로는 실효성보다 부작용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이고 심리적인 압박으로 자살 위험이 늘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그러지 않아도 하루 평균 38명으로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국가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외감이 더 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지난 개천절에는 경찰이 방역을 이유로 경찰차 300대와 수많은 인력을 동원해 광화문 일대를 차단하고 지하철을 무정차로 통과시켰다. 불법 집회를 차단하는 목적이라면 몰라도 방역 대책으로는 아무리 봐도 적절하지 않다. 동원된 경찰에서 4명의 유증상자가 발생하고 접촉한 경찰 1,000명이 검사를 받았다고 하니 의료진에 도움이 아닌 부담을 주는 일이다. 또 하나의 방역 모범국이라고 할 수 있는 태국(확진자 3,600명, 사망자 59명)에서도 지난달 수년 이래 최대의 반정부 집회가 열렸지만 경찰 차벽은 없었다.

외교부 장관 배우자가 해외여행에 대한 방역지침을 어겼다고 해서 찾아봤다. 3월 발표한 특별여행주의보에는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우리 국민께서는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하여 주시고’라는 문안이 있다. 여행경보 2단계 여행 자제와 3단계 철수 권고에 준하는 강력한 지침이다. 그래서 긴급한 위험에 대해 최장 90일간만 발령하는 것이 원칙인데 외교부가 6개월이나 무신경하게 연장해왔으니 배우자가 아니라 누구라도 지키기 어렵다.

방역에 성공한 나라의 공통점은 국민 참여를 극대화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신뢰를 쌓는 것이다. 코로나19 피로도가 넘치기 전에 방역의 통제를 최소화하고 남용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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