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Susan Sontag·1933~2004). 유대계 미국인인 그의 원래 이름은 수전 리 로젠블랫이었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새아버지의 ‘손택’ 성을 갖게 된 그는 ‘유명 영화배우 이름처럼 두운이 맞는’ 이름에 흡족해했고 새 이름에 걸맞은 지적이고 세련된 사람이 되리라는 결심을 다졌다. 그런 사람이었다. 예민하게 태어나 딱히 행복하지 않았던 유년기를 보내던 그는 마리 퀴리의 전기를 읽었고, 자신을 ‘작은 아씨들’의 조라고 생각하곤 했다. 문학전집은 물론 백과사전부터 아르투어 쇼펜하우어까지 탐독했다. 책을 통해 지성과 고급문화를 갈구한 그의 관심은 “주변의 ‘얼간이들’ 틈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수단”이자 삶의 자양분이 됐다.
여전히 논쟁적이기는 하나 20세기 문단에서 가장 찬양받는 수전 손택의 전기가 그의 이름을 걸고 출간됐다. 실천하는 문학가, 아방가르드 비평가, 정치적 급진주의자였던 손택의 사후 첫 평전을 독일의 비평가 다니엘 슈라이버가 썼다. 책은 손택이 이루고자 했던 문학가이자 지식인으로서의 삶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조명하면서 균형감 있는 시선으로 그의 생애와 업적을 갈무리한다.
대학에서 본격적인 ‘지성의 교류’를 시작한 손택은 사회학 강사 필립 리프와 결혼해 아들 데이비드 리프를 낳은 후에도 학업을 이어갔다. “가정에도 학계에도 지적이고 탁월한 여성을 위한 자리는 없었”음을 몸소 겪은 손택은 유럽 유학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가능성을 확인하고, 귀국 날 뉴욕 공항에 마중 나온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했다.
가부장제와 상아탑을 걷어차면서 ‘지성과 관능’의 여정이 시작된다. 훗날 손택의 모든 작품을 출판한 FSG(Farrar Straus & Giroux)의 발행인 로저 스트로스는 29세 손택의 첫 책 ‘은인’의 표지 뒷면을 유명인의 추천사 대신 저자의 전면 사진으로 대신했다. 신예 손택의 샛별 같은 가능성을 내다본 과감한 시도였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젊은 손택의 사진으로 앞표지 전체를 채웠다. 이 시대의 마지막 지식인에 대한 우리의 그리움과 갈망을 간파한 선택이다.
1964년 ‘파트리잔 리뷰’에 게재한 에세이 ‘캠프에 관한 단상’은 단숨에 손택을 스타이자 하나의 유행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해석에 반대한다’ 등 에세이집 9권, 논쟁적 소설 4편, 대중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 시나리오 두 편과 희곡 한 편. 32개국어로 번역 출간된 이 작품들을 남기고 손택은 암 투병 끝에 영원히 눈을 감았다. 사경을 헤매다 잠시 졸았던 순간에도 “작업하는 중”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이 느슨해지는 것을 꺼렸던 손택의 찰진 인생이 담긴 책이다. 부제는 ‘영혼과 매혹’.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