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토교통 분야의 각종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민간위원의 참여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는데 주택규제와 관련해서는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지정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의 민간위원 수는 현재와 같이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주정심은 총 위원의 과반수가 정부 측 인사여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데 개혁 요구에 ‘묵묵부답’하는 상황이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규제개혁심의회의 민간위원 수를 기존 10명에서 30명으로 대폭 확대했다. 규제개혁심의회는 국토교통 분야와 관련 국민 생활 편익증진, 민간투자 환경개선, 취약계층 부담완화, 행정절차 합리화 등을 목적으로 각종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토부에서 운영하는 위원회다. 변호사·연구원 등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며 2개월마다 한 번씩 회의를 열어 수십 개의 개선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혁신위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규제개선과제를 적극 발굴하기 위해 민간 위원 수를 3배로 늘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이처럼 규제개혁심의회에 민간위원 참여를 확대했지만 주택 관련 규제를 최종심의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 대해서는 개선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주정심은 회의 구성원과 방식 등이 정부 안을 형식적으로 승인하는 요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는 상황이다. 주정심의 총 위원 25명 가운데 정부 측 인사가 13명으로 과반에 달한다. 위원장인 국토부 장관을 비롯해 각 부처 차관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위원들이 관료 위주로 이뤄져 있다 보니 통상 정부안대로 통과된다. 또 규제지역 지정 등 국민의 재산권 행사와 관련한 중요한 정책을 펼치는데 심도 있는 토론도 진행하지 않는다. 각 부처 차관을 한자리에 모으기 힘들다는 이유 등으로 서면회의로 짧은 시간에 결론 내기 일쑤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주정심은 지난 2016년 이후 총 25회 열렸는데 이 가운데 23회가 서면회의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와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주정심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20대 국회 때 주정심 위원과 관련, 정부 측 당연직 위원보다 민간 위촉직 위원이 다수가 되도록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또 서면회의 대신 대면회의를 원칙으로 하고 중요한 정책 심의와 관련해 외부에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는데 법안은 별다른 논의 없이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민편익 증진 등을 위해 규제를 개선하기로 방향을 정한 만큼 주정심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현재 주정심은 정부의 ‘거수기’ 역할에 불과하다”며 “정부 측 당연직 위원 수를 줄이고 민간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해야 내실 있는 위원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