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날개 편 삼성전자 '삼각편대'...슈퍼 호황기 때보다 더 벌었다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

초격차·효율경영 앞세워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선전

반도체 영업이익 비중 전분기 65%서 45%로 낮아져

펜트업 효과·화웨이 반사이익 겹쳐 영업익 2년來 최대

삼성전자가 지난 3·4분기 12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한 8일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지하에서 시민들이 홍보물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삼성전자가 지난 3·4분기 12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한 8일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지하에서 시민들이 홍보물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뚫고 상반기에 이어 또다시 서프라이즈 실적을 선보였다. 이번 3·4분기 실적은 기술력 향상과 끊임없는 원가절감 노력이라는 공통된 키워드로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가전·디스플레이 등 모든 사업 부문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지난 3·4분기 영업이익은 12조3,000억원으로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4·4분기보다 실속 있는 장사를 했다. 증권가는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글로벌 수요가 증가한 상황을 반영해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지만 ‘영업이익 12조원’을 예상한 곳은 맥쿼리 단 한 곳뿐이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서는 현대차증권이 가장 근접한 전망치인 11조7,000억원을 내놓았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시장의 전망보다 1조원가량 높은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전 사업 부문에서 이뤄진 효율적 경영 덕분으로 풀이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망치보다 낮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기대를 상회했다”며 “전 부문에 걸친 원가·비용절감 노력이 이번 서프라이즈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반도체는 주력 제품의 수율을 개선하고 스마트폰과 가전은 비대면 영업을 통해 효과적으로 비용을 집행한 결과라고 송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번 실적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특징은 ‘황금 삼각편대’의 위력이다. 이번 분기에는 그간 매출 효자로 활약했던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다른 사업 부문의 선전으로 낮아지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직전 분기만 해도 스마트폰 출하량이 급격하게 감소한 모바일(IM) 부문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전체 영업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65%를 웃돌았지만 이번 분기에는 45% 수준으로 낮아졌다. 실제로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에는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75.7%에 달했으나 올해는 48.1%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DS) 부문이 5조6,000억~5조7,000억원, 디스플레이(DP) 부문이 6,000억원, 모바일(IM) 부문이 4조7,000억원, 소비자가전(CE) 부문이 1조6,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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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별로 보면 DS는 주력으로 내세운 제품들의 합이 시황과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이다. 최첨단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10나노 모바일 D램인 LPDDR5와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GDDR6 등 초격차 기술력을 내세운 프리미엄 제품이 고객사의 니즈에 부응하며 탄탄한 실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10나노급(1y) D램 공정의 수율도 크게 좋아지는 등 규모의 경제를 이뤄 효율적인 비용절감을 거둘 수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9월 중순까지 고객사인 화웨이로부터 대규모 주문이 추가돼 3·4분기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IM이나 CE 등 다른 사업 부문은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하반기에 접어들며 되살아난 데 큰 영향을 받았다. 북미와 유럽이 하반기부터 경제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하면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펜트업 수요’로 이어진 것이 주효했다. 무엇보다 4년 만에 올림픽 특수가 없는 상황에서도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이라는 허들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 CE 부문의 실적이 눈길을 끈다. CE 부문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채널이 강화되면서 마케팅 비용 집행을 줄여 이 같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시장은 지난여름 내 이어진 장마 탓에 기대를 모았던 에어컨은 목표에 못 미쳤지만 ‘취향 가전’ 트렌드를 이끄는 비스포크(BESPOKE) 라인업과 식기세척기, 의류관리기 등을 중심으로 호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술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삼성전자는 소비 패턴이 온라인으로 몰리면서 과거보다 마케팅 비용을 적게 써도 보복소비 등의 영향으로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마케팅 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한 것이 CE 등 전사 영업이익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DP 부문은 IT기기의 외형 변신을 이끄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패널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고 부품 조달에 나선 화웨이가 대량으로 주문을 넣으면서 선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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