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BTS 공연한 국보 '근정전' 아파트값만 못하다?

경복궁 근정전 국유재산 가액 33억원

'한남더힐' 올 실거래가 77억원 半도 안돼

가액 낮으면 화재보험 가입기준도 낮아져

"국유재산 가액의 현실화 필요"

국보 제223호 경복궁 근정전. /서울경제DB국보 제223호 경복궁 근정전. /서울경제DB



왕의 집무실로 사용된 국보 제223호로 경복궁 근정전은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 안에서도 가장 중심인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국왕의 즉위식이나 대례 등이 거행됐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지난달 미국 NBC 인기 프로그램 ‘더 투나잇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초청됐을 때, 그 첫 무대로 바로 이 경복궁 근정전 앞마당에서 ‘아이돌’을 불렀다. 그만큼 우리 문화의 상징적인 공간이라 의미가 크고,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의 유물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국유재산 가액을 근거로 한 경복궁 근정전의 재산가치는 약 33억원. 국내 아파트 실거래 최고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이 올해 77억원5,000만원(전용면적 243.642㎡·약 74평)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반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정면 5칸(30m), 측면 5칸(21m)의 근정전 면적이 630㎡(약 190평)인 것을 따지면 평당가가 1,737만원인 셈인데 한남더힐의 실거래 평당가의 6분의 1수준이다. 근정전의 가치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올라온 올해 거래된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11차(171.43㎡·52평)의 평균 거래가인 44억원보다도 훨씬 낮다.

보물 1759호 경복궁 사정전. /사진제공=문화재청보물 1759호 경복궁 사정전. /사진제공=문화재청


보물 제1759호 경복궁 사정전은 조선 국왕이 평상시 거처하며 정사를 보살피던 곳이다. 사정전의 가치는 19억 원으로 매겨져 있다. 이는 20억 원 안팎에 거래되는 강남 은마아파트나, 동작구 흑석동의 고층아파트 시세보다도 낮은 금액이다. 왕의 어머니인 대비의 침전으로 사용됐던 보물 제809호 자경전은 13억원으로, 인근 경희궁 자이의 아파트값보다도 저렴하다.


이 같은 내용은 12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문화재청 등 관련 기관에서 제출받은 ‘주요 궁능 문화재 국유재산 가액’ 자료에 의해 확인됐다. 김 의원 측에 따르면 국보 233호인 경복궁 근정전의 가치는 약 33억원, 보물로 지정된 경복궁 내 사정전은 19억원이며 자경전은 13억원, 수정전은 9억원 정도다.



보물 809호 자경전은 담벼락과 굴뚝 등 전각 주변의 여러 요소들이 세심하게 조성된 문화재다. /사진제공=문화재청보물 809호 자경전은 담벼락과 굴뚝 등 전각 주변의 여러 요소들이 세심하게 조성된 문화재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일반적으로 국유재산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삼지만 이처럼 궁궐이나 왕실을 통해 확보된 문화재 등은 취득원가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재산 가액과 보험가 산정 자체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매매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보통의 부동산 가격책정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없기에, 복구비용과 매매가치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책정된다.

그러나 국유재산가액은 문화재 화재보험의 가입 기준이 된다. 국유재산가액이 낮게 책정돼 있을 경우 문화재가 화재 같은 불의의 사고로 손실됐을 경우 복원 비용을 제대로 충당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방화로 소실된 국보 1호 숭례문의 경우 재산가액에 따라 책정된 보험가입액과 수령액은 약 9,500만원에 불과했다. 이후 복원비용에는 국비 등 약 270억원이 소요됐고, 숭례문의 현재 국유재산가액은 254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김 의원은 “문화재가 만에 하나라도 소실, 훼손된다면 막대한 국비를 투입할 것이 아니라 보험을 통해 이를 보전받아야 한다”며 “터무니없이 낮은 국유재산 가액을 현실화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3년 전에도 국정감사에서 비슷한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국보 224호 경복궁 경회루가 99억원으로 궁궐 전각 중 가장 높은 국유재산가액을 기록했으나 근정전의 국유재산가액은 그때나 지금이나 33억원으로 동일하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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