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판 뉴딜 지역 사업에 총 75조원을 투입하는 지역균형 뉴딜 추진방안을 13일 발표했다. 지역균형 뉴딜은 디지털과 그린을 두 축으로 한 한국판 뉴딜을 지역 기반으로 확장하는 개념이다. 메가톤급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이를 따내기 위한 각 지자체의 정책 경쟁이 불을 뿜은 가운데 내년부터 본격화할 재보궐 선거 및 대선과 맞물려 정부 예산이 자칫 선거용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직접 주재한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경남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차기 대선 주자를 비롯해 17개 전국 시도지사가 모두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주목할 만한 정책 제안도 이뤄진 반면 일부 지자체장들은 뉴딜보다는 자신의 치적 홍보에 힘을 쏟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야당 소속 단체장님들께서도 적극적으로 중앙정치를 함께 설득해내서 적어도 이 부분(지역 뉴딜)에 대해서는 협치가 이뤄지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각 지자체가 내놓은 방안에 따르면 경기도는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는 공공배달 플랫폼 구축에 74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이 지사는 최근 미국 하원 법사위 반독점분과위원회에서 지적된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 문제를 언급하면서 “경기도가 디지털 경제의 핵심 근간인 플랫폼 문제에 독점을 일부나마 완화하고 경쟁이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복심이자 여권의 또 다른 대선 주자인 김 지사는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비수도권 ‘행정 통합’과 ‘동남권 광역 철도망 구축’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 지사는 지역의 생활·경제권을 묶어야 한다면서 ‘동남권 광역철도망’ 구축을 통해 비수도권에서도 ‘메가시티’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최근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원 지사는 제주를 ‘그린뉴딜 프런티어’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원 지사는 제주가 이미 203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해상풍력 상업화 등에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력 거래의 독점 문제를 해소해줄 것을 요청했다. ‘감자 파는 도지사’로 유명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이날 문 대통령 앞에서 액화수소를 홍보하며 삼척의 원전 해제부지를 ‘수소도시’로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대선을 앞둔 지자체장들의 선명성 경쟁이 이날 고스란히 노출된 가운데 한국판 뉴딜 지역 사업이 과연 균형 있게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관가 안팎에서 나왔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선을 앞둔 여권 입장에서 한국판 뉴딜 지역 사업을 표와 연결시키려 하는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재부가 최대한 균형을 잡으려 하겠으나 사업 선정 등을 둘러싸고 잡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홍우·이지성·허세민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