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전세 제비뽑기 하는데 또 규제, 시장 “아무것도 하지마세요" 냉소

정부 "두달이면 전월세 시장안정"된다더니,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 시장 실패 인정

예고된 판단착오에 정책 불신 커지는 분위기

표준임대료 등 규제 정책 추가 도입땐,

전월세 매물 부족 현상 극대화 될 듯

서울 가양동의 한 아파트 단지 복도에 전셋집을 보러 온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서울 가양동의 한 아파트 단지 복도에 전셋집을 보러 온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실상 전세가격 안정화에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추가 대책 강구에 나서자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핵심은 ‘정부가 움직이면 가격과 수급 불안정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의 정책 검토 소식이 들리면 정책 당사자인 국민들이 오히려 불안해하는 웃지 못할 아이러니다. 급기야 강서구 한 아파트 단지의 전셋집을 얻기 위해 10여 팀이 줄을 서고 제비 뽑기를 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부동산시장 관계장관 회의에서 “새로 전세를 구하는 분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전셋값 상승요인에 대해 관계부처 간 면밀히 점검·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안정세인 주택 매매시장과는 달리 전세가격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7 월31일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된 이후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자 추가 대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전경./서울경제DB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전경./서울경제DB


정부의 일련의 판단 실패와 추가 대책 강구를 보는 시장 관계자들의 시각은 곱지 않은 분위기다. 예고된 혼란에도 법 시행을 강행했던 데 대한 불만과 함께 정책 불신 분위기도 뚜렷하다.

한 온라인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X인지, 된장인지 찍어서 맛을 봐도 모른다”며 격한 표현으로 비판했다. 임대차 3법을 시행할 경우 시장 혼란이 필연적인데도 이를 강행한데 대한 불만이다. 또다른 커뮤니티 회원은 “최근 홍남기 부총리님 전월세 연장에 실패해 이사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직접 경험해봐야 그제서야 바뀌는 것 같다”며 “신중하지 못한 판단으로 이미 많은 분들이 힘들어진 상황”이라며 비판했다.

이외에도 한 네티즌은 “뭐만하면 시장의 균형이 깨지고 속시끄러우니 그냥 모여서 경제공부나 좀 하시라”거나 “무슨 규제를 해서 시장을 교란시키려고...”, “제발 하지마”, “그냥 있는게 국민들 도와주는 것”, “다른 것 하지말고 중개수수료 체계나 손질해달라”는 원성이 나온다.


정부에서는 홍 총리의 발언과 관련 현재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필요할 경우 대응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국감장에서 밝힌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만약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는다면 기존에서 논의되던 표준임대료나 전월세상한제를 신규계약까지 확대하는 방안의 규제 강화를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실수요자 지원 대책으로 월세 세액공제 확대나, 대출 등을 통한 임대료 보조 등도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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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상가의 공인중개사무소 주변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지난달 1일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상가의 공인중개사무소 주변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현재 전월세 시장 불안정의 핵심이 임대주택 공급 자체가 부족한데 따른 수급 불균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세액 공제나 임대료 보조 같은 실수요 지원 정책의 경우 실효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표준임대료 도입도 쉽지 않다. 표준 임대료는 주택 공시가격을 정하듯 표준주택을 선정해 기준이 되는 임대료를 법으로 정하는 개념이다. 지난 7월31일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시도지사가 임대료 상승 상한선을 5% 내로 정하도록 한 것보다 더욱 강화된 가격규제다. 정부가 임대료 상한폭을 정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임대료 기준을 제시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표준임대료 제도 시행을 위해 주거기본법 개정안 등 2건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다만 표준임대료의 경우 강력한 가격 규제라는 점에서 내년 6월 전ㆍ월세신고제 시행 이후 충분한 임대료 정보가 축적된 이후에야 검토가 가능하다. 주택유형이나 지역 상황에 맞는 적정 임대료를 산정해 시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까지 거쳐야 해 즉각적인 시행은 어렵다.

무제한 계약갱신청구나 신규 계약시에서 5% 이내 인상 같은 규제 역시 도입시 시장에서 임대 공급을 더욱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2014년 시행했던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전월세 가격 통제가 커져 집주인들이 제값의 임대료를 받지 못하게 될 경우 집주인들은 임대 공급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시장에 전월세집이 줄어드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전월세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전세가 물건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심지어 3개월 전에 비해 1억~3억원이 높아졌다”며 “가장 큰 문제는 매물이 없는 것이 원인인 만큼 전세난이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구조적인 전세난으로 갈지, 올 가을이 일종의 분수령이자 풍향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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