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소설의 아버지 아이작 아시모프는 지난 1953년 소설 ‘샐리’에서 스스로 주행하는 자동차의 모습을 처음으로 상상했다. 오는 2057년 도로에는 자율주행차만 달릴 수 있다. 인공지능을 가진 차들은 각자 이름도 있다. 경적이나 엔진소음 등을 이용해 기분을 표현하고 인간과 소통한다. 낡은 컨버터블차 ‘샐리’는 생명을 위협받던 주인 ‘제이크’의 목숨도 구한다.
70년이 지나지 않아 몽상은 현실이 됐다. ‘샐리’는 많은 이들에게 ‘기술의 진보’에 대한 상상력과 영감을 줬다. 상상을 현실로 바꾸려 연구개발(R&D)에 삶을 바친 개척자들이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얼마 전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 광고 속 주인공이 ‘샐리’였던 건 우연이 아니다.
자동차는 첨단기술이 집약된 ‘제조업의 꽃’이다. 자동차는 인류의 공간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확장했고 혁신의 원동력이 됐다. 이제 자율주행차가 새롭게 가져올 충격은 훨씬 클 것이다. 인류는 운전에 허비하던 에너지를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분야에 쓸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사고를 예방하고 도로 정체를 해소하며 환경오염물질 배출도 최소화할 수 있다. 스스로 알아서 주행하는 차를 굳이 차고에 세워둘 이유가 없으니 현재의 소유 구조도 바뀌고 산업 전반의 변혁도 가속화할 것이다. 단순한 운송수단에서 삶의 공간으로 변화한 자동차는 인류의 다양한 필요를 반영하며 새로운 산업을 낳을 것이다.
자율주행과 공유경제·온디맨드·초연결로 요약되는 미래 모빌리티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자동차산업 생태계는 제조업 중심의 수직적 가치사슬에서 서비스라는 새로운 생태계를 융합한 수평적 가치사슬로 무한히 확장할 것이다. 각국은 미래차산업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해 벌써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밀려나는 국가는 쇠락할 수밖에 없다.
현재 자율주행차를 얘기할 때 미국의 테슬라나 구글 등을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 개발에 성공한 것은 우리나라다. 1993년 아시아자동차(현 기아차 광주공장)의 ‘록스타’를 개조해 만든 자율주행차가 복잡한 서울 시내를 17㎞나 사고 없이 주행했다. 2년 뒤에는 경부고속도로를 시속 100㎞ 속도로 달리는 데 성공했다. 비록 후속 R&D 사업이 무산되면서 주춤하게 됐지만 자율차 선도국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잠재적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가올 도전이 쉬운 길은 아니다. 당장 양적 성장에 치중하면서 수직·폐쇄적 구조로 고착화된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자율과 상호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로 전환하는 것부터 녹록지 않다. 다행히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자율주행 등 미래차 생태계를 중심으로 하는 자동차산업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산학연관이 힘을 합쳐 ‘미래차 경쟁력 1등 국가’로의 도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