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전 부통령 러닝메이트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렸고 정권교체 시 차기 국무장관으로 거론되는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과는 경쟁하면서 협력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대중 제재보다 내부 역량 제고를 우선하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보다 유연한 접근방식을 쓸 수 있음을 시사했다.
13일(현지시간)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한 라이스 전 보좌관은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우리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아주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동맹국·파트너들과 함께해야 한다. 그게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둘째로 우리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훨씬 더 효율적이 돼야 한다”며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우리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며 미국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이민 정책을 시행하는 식으로 미국 국내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때리기보다는 미국의 힘을 더 키우는 쪽을 선호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라이스 전 보좌관은 이날 관세나 ‘블랙리스트’ 같은 대중 제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또 “냉전 기간에 옛 소련과의 경쟁에서 도움이 됐던 민간 부문이 현재의 상황에 맞게 다시 업데이트돼야 한다”며 민간 부문을 지원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어 “우리가 중국과 경쟁할수록 협력을 위한 공간을 남겨둬야 한다”며 “세계적인 보건이나 핵안보·기후변화처럼 우리가 협력할 수 있고 협력해야 하는 문제들에 대해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의 관계를 ‘경쟁+협력’으로 정의한 것이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또 “우리는 중국과 좀 더 효과적으로 경쟁하고 필요한 협력을 배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선거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이 승리할 경우 그가 새 정부의 외교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인식은 의미가 적지 않다.
이와 별도로 그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에 대해 반대했다. 그는 “아프간 정부는 미국이 여성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20년 동안 싸워온 것과 관련해 이룬 게 없다”며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지렛대는 미군 주둔뿐이다. 이미 아프간 주둔 미군은 15만5,000명으로 정점일 때의 3분의1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고려하면 독일과 아프간·소말리아 등 해외 주둔 미군을 축소하려는 트럼프 정부와 달리 바이든 정권에서는 미군을 지렛대로 국제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