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정의선 "자유로운 이동, 인류의 꿈 실현"…미래차 승부수 던졌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시대'…취임 첫 메시지

커넥티드카·자율주행차·전기차

미래차 삼총사 '육성 비전' 밝혀

"고객·협력사와 함께" 수차례 언급

"안 되면 되게 만드는 정신 계승"

선대 경영철학 이어 위기극복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4일 전 세계 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영상을 통해 취임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정 회장은 미래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리더십 확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4일 전 세계 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영상을 통해 취임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정 회장은 미래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리더십 확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 정의선 신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4일 취임 첫날 임직원 메시지에서 맨 처음 강조한 가치다. 정 신임 회장은 “이 같은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나가고 그 결실을 전 세계 모든 고객들과 나누며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는 그룹 최고 책임자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인류와 고객, 이동과 삶 등 ‘업의 본질’을 취임 일성으로 언급하며 그룹이 나아가야 할 큰 방향을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자율주행 등 미래차에 승부수


정 회장이 제시한 ‘큰 그림’의 성공 여부는 결국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모빌리티 환경과 이에 대한 대응에서 갈릴 것이라는 평가다. 자동차 산업은 현재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가 어느 산업보다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테슬라로 대표되는 미래차 업체가 자동차를 이동수단을 넘어서는 ‘정보기술(IT) 기기’로 변화시키고 있다. 모빌리티 생태계의 다양한 참여자와 정보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 베터리데이를 관련 업계 전부가 숨죽여 지켜보듯, 이 흐름에서 뒤처지면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설 땅이 없어진다는 위기감이 기존 글로벌 업체들을 지배하고 있다. 커넥티드카·자율주행 등 미래 자동차 기술 확보를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합종연횡과 사활을 건 연구개발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정 회장 또한 임직원 메시지에서 자신이 강조한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을 현대차(005380)그룹의 미래 시장 대응과 연결지었다. 그는 “우선 인류의 평화로운 삶과 건강한 환경을 위해 성능과 가치를 모두 갖춘 전기차를 만들어 모든 고객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이동수단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인류의 평화는 안전한 환경에서 비롯하고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친환경 이동수단으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정 회장은 올해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을 내놓고 내년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장착한 첫 작품 ‘아이오닉5’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대·기아차(000270)는 이미 전통 자동차 업체 중에서는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테슬라를 추격 중이다. 정 회장 취임을 계기로 추격 속도를 더욱 높여 테슬라에 뒤지지 않는 전기차 시장 지배력을 갖춘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목표다.

1515A02 정의선 회장 취임사에 담긴 메시지


정주영·정몽구 경영철학 계승


정 회장은 자율주행 기술 또한 강조했다. 그는 “인류의 자유로운 이동과 풍요로운 삶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고객이 새로운 이동경험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정 회장은 지난해 9월 미국의 자율주행 선도업체 앱티브와 40억달러 규모의 합작사를 만들며 승부수를 띄웠다. 현대차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였다. 정 회장은 앞으로 미래차 시대의 도착지로 꼽히는 완전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속도를 더욱 높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정 회장은 임직원 메시지에서 정주영·정몽구 회장 시절 경영철학의 장점을 계승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 그룹이 만들어온 성과는 창업자인 정주영 선대회장님과 정몽구 명예회장님을 비롯해 정세영·정몽규·김철호 회장님이 함께 노력했기에 가능했다”며 “안 되면 되게 만드는 창의적인 그룹 정신을 바탕으로 힘을 모으면 어려움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소통과 자율성 중시 조직 구축”

본격적인 ‘3세 경영’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안 되면 되게 하는’ 현대 정신 계승뿐 아니라 정몽구 회장에게 회사를 양보하고 용퇴한 삼촌 정세영 회장과 그의 아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기아차 창업주 김철호 회장의 공로까지 언급한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미래를 강조하는 동시에 과거를 아우르는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내부 조직문화 또한 언급했다. 과거 ‘군대문화’의 대표적 기업으로 꼽혔던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일한 지난 2년간 미래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는 유연한 기업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취임 메시지에서 “임직원들의 귀중한 역량이 존중받고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소통과 자율성이 중시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앞으로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갈 그룹의 새로운 미래가 많이 기대된다”면서 “그 여정에 제가 앞장서겠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박한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